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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구 경영인 박영곤 Dec 19. 2023

S1E1 | 생각의 시작

"축구경영시뮬레이션게임 [Danzou] 개발기"

        축구판을 떠난 지 4년의 시간이 흘렀다. 4년의 시간 동안 한 번의 공동창업이 있었고, 지금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 → 축구 산업 → 화이트 바이오 대체 소재 → IT SaaS/FinTech까지, 공통점이란 찾아보기 힘든 산업 간 널뛰기를 하면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오고 있다고 자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느 한 분야에서 깊은 우물파기를 못해본 것이 아쉽기도 하다. 물론 각각의 산업에 종사하면서 전문성을 쌓았지만 물리적 시간의 폭이 전문가라는 단어에서 차지하는 지분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각의 흩어진 듯한 여정의 조각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통하는 저변의 공통점을 나눠가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업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것 말이다(물론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한 시간은 제외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무언가에 흥미를 가지고, 그 끝의 결말을 상상하며, 거침없이 추진하는 것(흥상추)라고 정의한다면 나는 이런 흥상추의 사이클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었고 이것이 조각들을 한데 모아주는, 나라는 사람의 직업적 여정의 정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역시나 유럽 축구 산업에서 보낸 7년의 시간이 아직까지는 나에게 가장 강렬한 추억과 경험으로 남아있다. 1년 4계절이 바뀌며 돌아가듯 희로애락의 감정을 그 각각의 극단까지, 수 번을 느꼈던 시간이었으니. 그래서 이 축구 산업은 내 커리어에 있어 격정적 애잔의 고향 같은 곳이고 그렇기에 언젠가는 다시 회귀하고 싶은 산업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구단주나 대표이사 같은 위치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내가 원하는 건 당시 가졌던 그 감정들과 기분, 분위기, 추억 등을 다시 한번 몸과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은 건 아닐까. 산업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닌 당시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감정이 더 맞는 말일까?




        이에 대한 정확한 네, 아니요, 혹은 네&아니요를 떠나 이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은 건 맞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감정을 마치 여기 열린 공간에 적은 다른 글들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으면 어떨까 한다. 에시하 발롬피에를 승격시켰을 때, 그리고 시간이 지나 추억으로 이야기할 때 정말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격려해 주었었다. 그의 1/10, 아니 1/1,000이라도 그 감정의 폭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재밌고 뜻깊은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축구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하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정말 거창하게 대단한 시스템을 갖춘 게임은 아니고 - 그런 게임을 만들 재능이나 경험이 있지도 못하니 - 가장 최소한의 시스템으로 가장 많이 당시의 구단주로서 가졌던 감정의 폭을 나눌 수 있는 정도의 게임. 물론 업으로 하고 있는 IT SaaS/FinTech관련 일도 고도의 집중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이건 어떻게 보면 취미이자, 기억의 반추이자, 마음의 안식을 주는 그런 의미의 사이드 퀘스트가 되겠고 사실 이 정도의 역할만 해준다고 해도 나에겐 너무 큰 기쁨이자 에너지가 될 것 같다.



        아무튼 [Danzou] 개발기를 통해 게임 개발에 대한 여정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느릿하지만 지치지 않는 발걸음으로 추억을 산책하듯, 격렬했던 스페인에서의 3년의 구단주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개발의 과정을 즐겨보려 한다. 이 과정 자체도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되고, 그 즐거움이 나에게 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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