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anzou 개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축구 경영인 박영곤 Dec 23. 2023

S1E2 | CEO-centric

"축구경영시뮬레이션게임 [Danzou] 개발기"

        이 게임을 [Danzou]라고 지은 이유를 설명하면 게임이 추구하는 정체성과 제안하고자 하는 재미를 한 번에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단주]라는 발음에서 이미 예상을 하겠지만 구단의 소유주인 '구단주'에서 게임 명을 차용했고, 이 게임은 실제로 게이머가 구단주의 위치에서 축구팀을 운영하는 축구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골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나의 기믹은 주를 zou라고 쓴 것인데 이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축구 선수인 지단의 애칭 Zizou를 떠올릴 수 있게 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런 포인트까지 읽어준다면 더 매력적으로 이 제목이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축구시뮬레이션게임 하면 많은 사람들이 Football Manager(FM)시리즈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만큼이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전 세계 축구게임 팬들의 성배와 같은 FM과 감히 비교하거나 벤치마크를 하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다. 오히려 FM과의 차별점을 찾고 싶었고 [Danzou]는 CEO-centric, 즉 CEO 중심의 게임 플레이를 펼치게 된다는 점을 파고들고자 한다. 또한 차별화 포인트를 발굴한다는 의미에 앞서 이 부분에서 나의 경험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FM을 나 역시 아주 잠깐 플레이해 보았다. 게임을 처음 접한 건 Nottingham 대학교에서 유학시절이었고, 가장 최근에는 '17년 에시하를 승격시킨 후 SEGA 코리아로부터 게임 cd를 선물 받아 플레이해 본 때였다. 워낙 위닝이나 피파를 즐기는 성향이라 손에 오래 잡고 플레이하진 못했는데 무엇보다 이 게임을 하는 내가 '감독인지 단장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오는 의아함이 게임의 몰입을 저해했던 것이 컸다. 실제 "현실 FM"을 하던 상황이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을 수 있지만 경기의 모든 것을 조련하면서도 구단의 예산을 관리하거나 선수 스카우트 같은 부분들도 게이머가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건 엄연히 Manager(감독) 시뮬레이션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인상이 짙게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철저히 CEO 역할에 집중된 게임플레이를 디자인하려고 한다. 게이머는 구단을 고르고 이후 예산 운영전략 수립, 집행 등에 집중하며 구단의 주요 인사(감독, 스포팅디렉터, 유소년 트레이너, 비즈니스 헤드 등)를 채용하는데 힘쓰게 된다. 또한 이 주요 인사들을 포함해 선수들의 멘털을 관리하고 모럴 해자드를 방지하는 것도 게이머의 역할이다. 아울러 시(city, city mayor)와 팬들과의 관계 유지 역시 주요한 게이머의 역할이다. 이 모든 것들이 실제로 내가 스페인에서 축구팀을 운영하면서 수행했던 일들이고, 이런 역할을 맡은 인물은 주로 단장 내지는 CEO라 불린다. 따라서 엄연히 말하면 구단주는 아닐 수 있으나 작은 규모의 클럽, 에시하 같은 팀에서는 구단주가 직접 CEO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다. 축구시뮬에이션 게임의 재미는 스쿼드를 꾸리는 것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에 있다. FM을 대표로, 내가 마케팅 캠페인을 실행했던 유나이티드 일레븐 역시 선수를 영입하고, 키우고, 경기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서 재미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위닝의 마스터리그 역시 결국 선수 영입과 성장의 재미가 게임 플레이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포인트였다. 허나 [Danzou]에서는 이런 부분들은 내가 선임한 감독에서 일임하고 CEO는 경기 관련해서는 개입을 하지 않으니 게이머들에게는 김 빠진 축구시뮬레이션 게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재미는 'decision making'이다. 30 시즌(30년)을 거치며 팀을 키워가는 CEO로서 게이머는 선수단 관련 외 아주 많은 부분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금 당장의 시즌뿐만 아니라 향후 몇 시즌을 내다보고 투자 항목을 결정하고, 인사 선임을 결정한다. 그리고 선수 관련해서는 계약 프로세스에 개입하기 때문에 여기서 스쿼드에 대해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Danzou]는 따라서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경영 대상이 기업이 아닌 축구팀이라는 것인데, 사실 축구팀을 운영하는 건 일반 기업 내지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것과 실질적으론 다름이 없다. 그래서 이 게임 기획을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인, "구단주로서의 구단 운영의 희로애락"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점에서 이런 방향성이 부합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S1E1 | 생각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