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나침반이 되는 거야
오늘날엔 신비한 소품 정도로 여겨지는 나침반은
영화 속에서 조금 더 빛을 발한다.
길 잃은 주인공을 이끌어주고
때론 보물섬을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자.
위험이 닥칠 땐 달그락 거리며 주인공을 살려내는 기특한 존재.
손바닥을 펼치고 방향을 이쪽저쪽으로 움직일 때마다
흔들흔들 흔들흔들
빨간 화살표는 변함없이
흔들흔들 흔들흔들
하지만 나침반이 올려진 주인공의 손이 마침내 멈춰 섰을 때
나침반은 올곧이 한 방향만을 가리키며 반짝인다.
살면서 점점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아닌 것 같은 어둠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꿈이라는 말이 거창해 아무 단어로 대신할 때나
용기를 꾸역꾸역 삼키는 순간,
또 가끔은 위태롭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고물 취급을 받을 때.
그럴 땐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꼼지락꼼지락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나침반을 꺼내 펼쳐보고 싶다
흔들리는 화살표를 보며 내 방황의 이해를 얻고
꼿꼿이 멈춰 선 그곳을 바라보며 나도 어깨를 활짝 폈으면 한다
그렇게 주인공에게만 허락되는 승리의 미소를 머금고,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으면 한다
때론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이 조금씩 달라져도,
동남쪽, 서북쪽과 같은 정확한 위치는 구분하지 못하더라도,
언제나 한쪽을 가리키는 나침반을 갖고
나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었으면.
그렇게 강단 있는 고집으로
해피엔딩에 도달하는 주인공처럼 살아갔으면 좋겠다.
언제나 내가 가리키는 그곳의 끝에는
반짝이는 꿈이 자리하니까
어쩌면 우리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침반임을.
잊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