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무제‘의 <첫 여름, 완주> 마케팅
제목이 없다는 뜻의 '무제'라는 이름을 지닌 출판사가 있다. 무제의 대표는 배우 박정민.
박정민 대표는 출판사를 막연하게 시작되었기에 '무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출판사의 첫 책 '살리는 일'을 제작하며 '무제'는 어쩌면 '이름 없는 것들을 위한' 이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이름 없는 것들에 대하여 / 소외된 것들의 위하여'라는 무제의 방향성이 설정됐다고 한다.
올해 5월, 출판사 무제의 세 번째 책 <첫 여름 완주>가 출간되었다. <첫 여름 완주>가 시도하는 다양한 액션이 흥미로웠기에 이를 통해, 출판사 무제가 그들의 이름을 알리는 방식을 알아보고자 한다.
첫 여름 완주는 작가 김금희의 장편 소설이다. 주인공 손열매가 자신의 돈을 들고 사라진 친구 고수미를 찾아 수미의 고향 완주를 찾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듣는 소설 프로젝트'로 시작되었기에 오디오북이 먼저 출간되었다고 한다. 오디오북 출간을 위해 '대사'가 많게 쓰인 소설이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1) 북토크
https://www.instagram.com/p/DKOwrgKP8jC/
관련 전시가 이루어지는 성수 LCDC를 포함하여 다양한 곳에서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국제 도서전에서도 관련 행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창작자와 팬이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건 '콘텐츠'라는 장르에서 기본적이면서도 유효한 마케팅이라고 생각된다. (팬은 창작된 세계의 인물 / 세계관 / 비하인드 등 다양한 떡밥에 관심이 많으니까)
2) 전시 <완주:기록:01>
<첫 여름 완주>를 주제로 하는 전시도 성수에서 약 2주간(25.05.19~25.06.09) 진행되었다.
전시 공간은 5-6평 남짓한 방이었는데 첫 여름 완주의 오디오 소설과 관련 오브제를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장에 입장하여 착석하면, 암전이 되며 바로 듣는 소설(오디오북)이 흘러나온다. 암전이 될 때, 이 책이 만들어진 취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소설이 흘러나온 후에는 불이 켜지며 티비 스크린에서 뮤직비디오가 재생된다. 이후에는 전시장에 놓인 오브제를 자유롭게 관람하고 나오면 된다.
나는 책을 읽지 않고 전시부터 관람하게 되었는데, 오디오북은 이야기의 중간중간을 발췌하여 들려주었기에 줄거리와 작중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그래서 전시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바로 책을 주문했다.
3/4) OST / 뮤직비디오
<첫 여름 완주>의 OST는 윤마치님의 '초록'이라는 노래다. 뮤직 비디오는 푸르른 여름을 잘 담아내었다. 가사도 정말 예쁘고, 윤마치님의 목소리의 청량함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전시장에서 오디오북 상영 후, 재생된 뮤직비디오 덕분에 '완주'라는 곳과 주인공 '열매'를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뮤직 비디오 링크 : https://youtu.be/0rG4WPZpGaY?si=DI06usifvP-yqvHL
너의 그 여름을 내게 나눠줘
달콤하고 또 싱그러울 테니
한 입 베어문 그 계절 위로
선명히 남을 이야기
그늘 아래 쉬어가도 좋아
그저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불러 주고픈 이 초록빛 노래
들리니
5) 굿즈
전시장에서는 굿즈도 판매하고 있었다. 책갈피와 북커버 등 책과 관련된 굿즈, 요즘 유행하는 NFC 키링(오디오북 재생 가능), 박정민 대표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구성된 포스터와 엽서 등 다양한 품목이 있었다.
북커버를 구매하고 싶었으나 품절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엽서를 두 장 구매했다. 직원분께서 특정 엽서를 가르키며 ‘박정민 대표님이 제일 좋아하는 사진‘이라고 다른 손님께 설명해주시는 걸 듣고, 구매한 건 안 비밀.
6) 오디오북 상영회
https://www.instagram.com/p/DKgaBJnzu-D/?img_index=6
6/14에는 CGV에서 5시간의 러닝타임의 오디오북 상영회가 개최되었다. 오디오북 상영은 상영관 불을 켜고, 진행되며, 관람객이 자유롭게 활동(필사, 뜨개, DIY 등)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각 잡고 취향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같이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좋았던 이벤트다.
몇 달 전에 영화관의 콘텐츠 전략을 분석해본 적이 있는데, 영화관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이 아닌 비일상적인 ‘경험’을 주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게 이번 이벤트에서도 느껴졌다.
OSMU라는 말은 사뭇 올드해 보이지만, 무제는 하나의 IP를 다양한 콘텐츠로 생산해 사람들이 여러 방식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글로 써내려진 세계를 비디오로, 오디오로, 일상의 아이템으로, 전시라는 비일상의 공간으로 다채롭게 구현해낸 것이다.
대 콘텐츠의 시대에 맞는 똑똑한 마케팅을 선보이는 무제의 신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