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와 공간기획_251202
참 오랫만에 포스팅을 하게 됩니다. 지난 추석 이후
담당하고 있던 스타필드 애비뉴 그랑서울점 오픈을
핑계로 글쓰는 일을 미루고 있었네요.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오픈했다는 사실은 뿌듯하고 좋지만
마음한 구석에서는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나봅니다.
추석때 캐나다에서 만났던 여러 좋은 공간들도
소개하고 싶었고,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슈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싶었는데 어느 새 2025년 마지막
달이 되고 있네요.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시기가
언제든 제 템포를 갖고 글을 써보겠습니다.
정체성을 스스로 갉아먹으려 하는 도시
최근 종묘 경관과 세운상가 개발이 크게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처음 이슈를 들었을 때에는 아 가십거리로
끝나겠구나... 싶었죠. 적어도 전쟁 정도가 아니면
(설령 전쟁이 나더라도 지켜야 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할 공간과 경관이 '종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방문했을때 정전의 건축적
맥락을 주변 경관이 '다행히도' 저해하지 않을 만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의 가장 중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 공간이 주는 몰입감 때문에
스스로 엄숙함을 느끼게 되는 힘을 종묘라는 공간이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이를 말과 글로 알리고 있죠.
경중이 있겠지만, 여타 다른 건에서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과 용적률 등의 이슈는 분명 중요하게 다뤄야
합니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증명해주는 대표적인 공간을 이번 이슈는 함부로
건드린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시민들은 정작 저마다의 '거실'을 찾고 싶어한다
서울 하면 종묘도 있겠습니다만, 건축가로서
일상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공간을 꼽으라면
무엇보다도 '카페'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에나
있을 법 하지만, 서울의 시민들은 카페라는 공간을
마치 또 하나의 집처럼 이용합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어떤 이들은 세컨드 오피스로 씁니다.
저처럼 육아를 하는 가족들은 마치 거실처럼
차와 간식을 먹고 아이와 함께 여유를 즐깁니다.
그 이면에는 각자의 삶에서 '거실'이라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단순히
'공간의 유뮤'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주거이든
거실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유'의 공간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공동주택이
지배적 주거양식인 우리나라에서 여유로운 층고와
면적, 충분한 채광을 누리는 일상의 거실을 갖기란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카페를 찾아다니고 때로는
공간을 리뷰해 유튜브와 SNS에 게시하는 사람들은
카페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또 하나의 '거실'을 찾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캘거리 시민들의 '거실' 그 자체였던 중앙 도서관
지난 캐나다 여행에서 들렀던 공간들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공간 중 하나가 '캘거리 중앙 도서관(Calgary
Central Library)'이었습니다. 제 포스팅에도 자주
보이는 노르웨이 건축가 그룹인 '스노헤타(Snøhetta)'
의 작품이기도 하죠. 이번 여행은 처가 가족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혹여 제 욕심때문에 가족들이 따분한
시간을 보내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린이
도서관에서, 그리고 가족들은 저마다 다른 공간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캘거리 시민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연령별 / 목적별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무엇보다 먼저 생각한 공간 덕분에 도서관을
마치 자신들의 '거실처럼' 생각하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포스팅에서 다뤘던 헬싱키의
오오디(Oodi) 도서관 역시도 '도시의 거실'이라는
컨셉으로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도시의 품격을 증명하는 것은 시민들의 '삶'이다
도시를 여행으로 경험하는 것과 삶으로 느끼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죠. 가족들이 있기에 여행이지만 그들의
집에서 가족들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등교하는 일상의
모습,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을 조금은 더 가까이 보게
됩니다. 단순히 어느 도시의 삶이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은 편견일 수도, 그리고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를 두고 본 서울의
일상과 공간에서 부족한 것은 종묘의 경관을 해치면서
까지 채워야 하는 용적률이 아니었습니다. 시민들이
굳이 카페를 찾아 방황하지 않을 수 있는 편안한
'도시의 거실'이 우리 서울에 과연 있을까요?
다행히 서울에는 자치구별로 마련된 작은 도서관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곳이 일상의 '거실'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카페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나의 일상을 채워주면서도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고 성장하게 만들어 주는
컨텐츠가 가득한 공간이 서울에 있을까요?
서울이라는 도시의 품격을 증명하는 것은
용적률이라는 숫자가 아닌, 캘거리 중앙 도서관과
같은 '도시의 거실'의 존재와 그 안에 가득 채워진
시민들의 풍요로운 삶과 미래입니다.
1_캘거리 시민들이 사랑하는 또 하나의 거실, 캘거리 중앙 도서관
2_도서관은 어떻게 세계의 도시를 바꾸고 있는가
3_도시와 자연, 사람을 품은 공간,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
4_리차드 마이어, 광주시 쌍령공원 동심생태과학관을 디자인하다.
5_헤더윅, 도시를 상징하는 12개 굴뚝으로 축구장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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