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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탑돌이 Jan 31. 2024

부안 내소사 삼층석탑

(來蘇寺三層石塔)

절뿐만 아니라 절로 향하는 길도 마음 수련의 일부라면 나는 부안 내소사를 추천하고 싶다. 정돈이 잘 된 듯하면서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 있는 산책길이 다른 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나무가 우거져 여름에도 선선하여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사람도 없어 마치 이 숲을 전세 낸 듯이 활보할 수 있었다.



내소사 가는 길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한 내소사 가는 길. 비단 절 방문, 혹은 탑을 보러 가는 여정이 아니더라도 가볼 만한 곳이다.



내소사 천왕문


절의 입구와 마찬가지인 천왕문을 지나 내소사로 향해 본다. 가족 중 아무도 불교 신자가 없지만 그래도 함께 여행을 가면 꼭 사찰에 들르게 된다.



내소사 당산나무



워낙 대웅전과 전나무길이 유명해서 그런지 다른 것들은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무를 보라. 원주 은행나무와 같이 크고 아름답다. 웅장하면서도 세월에 힘이 부치지 않아 보이는 나무는 또 오랜만이었다. 천 년 정도 살아온 것으로 추정돼 '천년 나무'라고 불린다는데 그 위용이 대단하다. 이처럼 수직으로 천상세계와 지상세계를 이어 주는 나무를 '당산나무'라고 한다.



내소사의 연등



부처님 오신 날 즈음 방문해서 그런지 아직 연등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간지러운 기분이 든다. 한 명, 한 명의 소원을 걸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 수 있다니 조금 뭉클하다.



내소사 삼층석탑 안내판
내소사 삼층석탑



이제 내소사의 삼층석탑을 볼 시간이다. 나는 여러 탑 중에서도 삼층석탑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건 가장 균형감 있는 탑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내소사 삼층석탑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보아 규모가 작고, 가늘고 길어 보이는 세장형으로, 신라의 전형탑을 충실히 따른 고려시대 탑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균형감이 살아 있다. 특히 내소사는 탑과 주변환경이 아주 우아하게 어우러져 더 보는 맛이 있었다.



내소사 삼층석탑과 대웅보전



내소사는 백제 무왕 때 승려 혜구두타가 창건한 사찰이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조선 인조 때 건설한 대웅전이다. 못 하나 쓰지 않고 목재와 목재를 결합하여 이음새를 다듬어 만든 것으로 조선 최고의 목조 건축물이라 평가받기도 한다. 삼층석탑 바로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데 두 건축물이 모두 고즈넉하여 심신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소사는 이 대웅전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 대웅전을 짓던 목수가 3년 동안 나무만 목침처럼 깎고 있자 한 어린 스님이 그 나무토막 중 하나를 숨겼다. 마침내 나무 깎기가 끝나고 목수가 개수를 세어 보니 하나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목수는 자신의 실력 부족을 탓하며 일을 그만두려 했고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스님이 숨겨두었던 나무토막 하나를 내밀었으나 목수는 이미 그 나무는 부정탄 것이라 하여 사용하지 않았다. 결국 한 토막 부족하게 지어진 대웅보전은 현재도 오른쪽 앞 천장을 왼쪽과 비교하면 나무 한 개가 부족하다고 한다.


이외에도 새가 단청을 그렸다는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여럿 있으나 오늘은 내소사에 머무셨던 해안 스님이 남긴 시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어떤 종교든지 근본적인 믿음은 자기 자신 안에 있는 것 같다.



멋진 사람
                                해안(海眼) 스님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쥐고 오는 친구가 있다면
구태여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맑은 새벽에 고요히 향을 사르고
산창(山窓)으로 스며드는 솔바람을 듣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불경을 아니 외어도 좋다.
봄 다 가는 날 떨어지는 꽃을 조문하고
귀촉도 울음을 귀에 담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어도 좋다.
아침 일찍 세수한 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초잎에 손질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도 좋다.
구름을 찾아가다가 바랑을 베개 하고
바위에서 한 가히 잠든 스님을 보거든
아예 도(道)라는 속된 말로 묻지 않아도 좋다.
야점사양(野店斜陽)에 길 가다가 술을 사는 사람을 만나거든
어디로 가는 나그네인가 다정히 인사하고
아예 가고 오는 세상 시름일랑 묻지 않아도 좋다.



<참고문헌>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https://www.heritage.go.kr/)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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