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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16. 2024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慶州芬皇寺模塼石塔)
땅을 파면 유물이 나온다는 신라 천 년의 수도였던 경주. 한국에서는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여왕(女王)'과 관련된 유적과 유물이다. 진평왕이 아들이 없이 죽자 그의 장녀였던 덕만을 화백회의를 통해 선덕여왕(善德女大)으로 추대하였다고 한다. 신라는 성별이 아니라 골품제로 나뉘는 계급이 더 중요한 사회였던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오늘은 선덕여왕 때 만들어졌으나 전형적인 신라 석탑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은 분황사 모전석탑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신기한 것은 이 분황사탑을 제외하면 모두 통일신라 이후부터 고려 때까지 건립되었다고 한다. 즉, 한국에 남아 있는 모전석탑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탑인 것이다.
분황사(芬皇寺)는 선덕여왕 3년에 세운 절로 솔거가 그린 관음보살이 유명한 곳이다. 향기날 분(芬)에 황제 황(皇)자를 써서 향기 나는 황제의 절이란 뜻이다. 아마 신라 최초로 여왕을 추대한 것을 기념한 절이었을 것이다. 석탑에서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가위나 바늘, 구슬과 같은 여성과 관련된 유물이 출토되었다. 또한 일본 오키나와가 원산지인 조개껍질 유물도 나온 것으로 보아 당시에 교역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담벼락도 고즈넉하니 보기가 참 좋았다. 낮은 담장이 분황사로 향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추운 겨울이라 나뭇가지가 앙상하지만 3월만 돼도 이곳은 푸르르리라.
탑에 이어 좋아하는 단청. 단청에 관해서도 연재할 날이 오면 좋겠다. 하늘이 파란 날에는 쨍하니 예쁘고, 비가 오는 날에는 운치 있게 아름답다.
이제 석탑을 보자. 벽돌의 모양을 본떠 쌓은 석탑이라고 하여 모전(模塼) 석탑이다. 보수 작업을 계속했기 때문에 원형이 어느 정도까지 남아 있는지는 불명확하다고 한다. 지금은 보다시피 3층만 남아있으나 원래는 7층 혹은 9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위세와 위용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모전석탑의 원조는 인도지만 한국에서는 그 양식이 전파된 후 독자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전탑계 모전석탑과 석탑계 모전석탑으로 나뉘는데 그 차이는 재료에서 나뉜다. 전탑은 흙으로 구워 만든 벽돌로 만든 것이고 석탑은 석재를 가공하여 벽돌의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이 석탑계 모전석탑은 경주 일대에 밀집된 경향이 있다.
석탑 모퉁이에는 화강암으로 조각한 사자를 한 마리씩 배치하였다. 두 마리는 수컷, 두 마리는 암컷이다. 생각보다 더 귀엽다. 다른 절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귀여움이다.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현관에 사자 한 마리가 전시되어 있다. 원래는 6마리의 사자가, 탑 모퉁이가 아닌 기단 위에 있었으나 일제의 주도로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이 아이가 바로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사자이다. 참 귀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