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Y Oct 09. 2023

카프카의 꿈

Status Anxiety

가끔 꾸곤 하는 꿈이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 어찌할 바 몰라 하다 잠에서 깬다.

다양한 경우가 있지만 이번 꿈은 깨고 나니 몸이 뻗뻗해, 꿈에서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여느 꿈처럼, 깨고 나면 앞 뒤가 안 맞지만 꿈에서는 너무 당연한 스토리 라인이었다.

어학원에 등록을 하려고 갔다가 내 주소를 적었는 데, 예전에 알던 사람이 학원 원장이어서

그 정보를 보고 우리집으로 찾아왔다. 문 밖에서 열어달라고 소리를 질러서 안 열어 줬는 데,

어느새 집에 도착한 엄마가 문을 열어줘서 집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와 함께 그의 딸이 들어왔고, 금빛이 나는 큰 표범 한 마리도 같이 들어왔다.

거의 호랑이 크기에 후반신에만 표범 무늬가 있었다.

표범은 안 방에 자리를 잡았는 데 아주 순했다.


그 사람이 무단 침입을 했다고 경찰에 전화를 했는데,

온다고 하는 경찰은 우리집이 어딘지 찾지를 못했다. 찾고 싶지 않아하는 눈초리였다.


결국 그 남자는 돌아갔지만, 문을 열어 준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표범은 여전히 우리 집에 남았다.


그 후 학원 원장이라던 사람은 동물병원 원장으로 바뀌어 있었고,

그 일을 따지러(?) 동물병원에 가니 예전 내 동기들이 거기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 중 하나는 그와 사귄 적이 있고, 다른 하나는 그와 결혼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를 존경하고 있었다.


아니 무슨 이런 작자를 좋아하지? 어이없어 하며 잠에서 깼다.

개꿈이구나.


요즘 꿈을 꾸지 않고 잘 자는 것 같아 방심했더니 스물스물 악몽이 기어올라오다니.

'악몽거 악몽거 악몽거'

엄마는 내가 나쁜 꿈을 꿀 때 이렇게 말해보라고 했다.

엄마 말고는 이 방법이 효과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지만, 뭐 어때하고 읊조리는 주문이다.


개꿈이니 잊고 신경쓰지 말라는 말 같다.

하지만 이런 꿈을 꿀 때는 대부분 현실에 걱정이 있을 때다.


해야하는 일을 하지 않고 미루거나, 잘 모르는 일을 해야할 때 느끼는 압박감이 있을 때

이렇게 당황스러운 꿈을 꾼다.


분명히 최근 다시 읽고 있던 카프카의 글들도 영향을 줬다. 내 사랑 카프카를 원망해서 미안하지만.

갑자기 벌레로 변하는 잠자처럼, 갑자기 하겐베크에게 잡혀 온 빨간 페터처럼

무슨 일이 닥치고 말거라는 불안감, 그 불안감이 외부에서 온 것이길 바라지만 결국엔 나로 부터 나왔고

이제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당혹감과 이를 받아들이는 불쾌감과 안도감이 뒤섞인 꿈이다.


다짜고짜 쳐들어오는 누군가는 이제까지 쌓아온 나의 불안이 스스로 몸을 불려 탄생한 괴물이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