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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 Oct 19. 2023

박쥐 병원 4일차

죽음을 결정하는 일 

박쥐 병원 4일차인 목요일 

2021년 11월-12월, 2022년 11월, 2023년 2월 그리고 지금 2023년 10월이다.

작년에 11월 1일에 왔더니 이미 진드기 시즌이 한창이어서 준비할 새 없이 바쁘게 휘몰아치는 폭풍우 속으로 던져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올해 시즌에는 10월 중순에 왔다. 작년에는 한달만 있었는 데도 한달 새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대상포진과 한포진 비스무리한 손가락 병변을 얻고 처참하게 돌아갔기에 이번에는 각오를 남달리 했다. 


작년에 힘들었던 건, 내가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과 병원장의 불화로 직원이 그만두었고 오기로 한 자원봉사자가 취소를 해서 사람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100마리가 넘는 새끼를 키워내야 하는 봉사자들은 모두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나는 그 안으로 뛰어든 것이었다. 모두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지만 하나둘씩 지쳐 소리를 지르거나 울기 시작했다. 울지 않은 나와 타마라는 아팠다. 꾹꾹 참는 사람들은 그렇게 표시가 나나보다. 


애쉴리는 쉐넌과 타마라가 자신을 왕따시킨다고 생각했고, 쉐넌은 계속 자신을 비하하며 가스라이팅하던 전 남자친구에게서 벗어나려 애썼고, 나는 무엇이라도 즐거운 일을 찾으려 맥주를 매일 마셨다. 봉사자 중 하나는 너무 피곤해서 자기는 좀 쉬어야겠다고 했고, 그녀 때문에 남은 이들의 일 부담은 더 늘었지만 솔직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다. 그 결과인지, 그 전부터인지 애쉴리의 눈 밖에 났던 그녀는 많이 먹는다고 구박을 받았고 사람들의 은근히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늦을라치면 다들 '얜 왜 안오는 거야?"하고 짜증을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는 통화한다고 늦게 나오고 언제는 자고 있어서 늦게 나오곤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안에서 원래 해야할 일을 놓치고 다른 일들을 하느라 정신과 육체를 소진해버렸다. 아침 6시에 새끼들 우유 먹이는 것 부터 시작해서 밤 10시에 마지막 우유를 먹이고 청소를 하고 자러 가면 하루가 다 사라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굳게 마음을 먹고 새끼 키우는 일도 하지 않고 저녁도 안 얻어먹기로 했다. 올해는 박쥐 새끼 키우는 모습은 보기만 하고 새끼들을 귀여워만한다 ㅋㅋ 마치 조카들을 아주 잠시 돌보는 것 같다. 정시 퇴근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교적 이른 시간에 집에 가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있다. 사람에게 이동의 자유와 자신만의 쉘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고, 말로만 듣던 스트레스가 어떻게 사람을 후두려 팰 수 있는지 알았다. 다녀와서 한두달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누워만 있었다. 실제 몸을 가누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런 의지도 힘도 없었다. 겨우 2월이 되서야 몸을 움직여 일할 수 있었다. 올해는 6주를 머무는 대신 중간에 5일 쉬는 시간도 가지기로 했다. 남편이 기다리는 집에 비행기 타고 다녀올 생각이다. 


진드기에 물려 구조된 박쥐는 지금까지 44마리다. 많은 수는 아니다. 항상 시즌에 120-170 마리 정도가 들어오니까. 구조자가 아침 저녁으로 박쥐들이 많이 있는 곳을 한바퀴 도는 데 어제도, 오늘 아침에도 구조된 박쥐가 없다. 제발 들어오지 않길 바라지만 안들어올 수는 없다. 진드기, 야생담배, 서식지가 사라져 배가 고픈 박쥐가 맞물려 만들어낸 질병에 박쥐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마비는 아래부터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다리부터 마비되고, 나무에서 떨어져 쥐에게 먹히거나 구더기에 파먹힌다. 식도근, 호흡근도 마비되기 때문에 먹이를 먹지 못하거나 숨을 헐떡인다. 박쥐가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주는 주스를 목구멍으로 넘기고 고농도의 산소를 산소 박스 안에서 받아야하는 데 그러지 못하면 탈수 또는 호흡마비로 죽는다. 


게다가 박쥐는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 먹는 동물이다! 어떻게 음식물이 중력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얼마전에 조직 슬라이드를 봤더니 식도위근육이 남달랐다. 그런데 이게 마비되니 박쥐는 잠시 다른 포유류들처럼 머리를 위로 발을 아래로 하고 먹어야 한다. 좀 나아지면 누워서 받아 먹는다. 이 고비가 참 힘들다. 


어젯밤에 간당간당했던 박쥐 한 마리가 오늘 아침에 와보니 없었다. 병원장님이 안락사했다고 했다. 들어왔을 때부터 완전 마비되어 거의 굳어 있었다. 나는 안락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병원장님이 와서 확인하니 그래도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그녀가 훨씬 경험이 많기에, 의견을 따랐다. 당시 호흡기 문제는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도 호흡기 증상을 보일 수도 없을만큼 심각하게 마비되어 있었던지도 모르겠다. 코에서 거품이 나오고 심박이 매우 느렸다고 한다. 심박이 느려지면 거의 회생이 불가능하다. 


죽음을 살려내고 결정하고 목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의사라면 해야하는 데, 

두려움을 피하려는 속성을 가진 나는 수의사가 되지 말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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