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클레어 Aug 16. 2021

입사 후 한 달, 조직의 쓴 맛을 보다

7월 12일 정직원으로 입사 후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수많은 Up & down 으로 멀미가 났던 첫 한 달이었다. 이미 인턴십을 해봤던 회사에 입사하는데도 이렇게 멀미가 심할 줄이야!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조직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변화는 지금도 진행중). 인턴십 기간 동안 정말 잘 맞았던 상사가 10년 이상 있었던 이 회사를 떠났고, 내 상사 위의 상사 또한 조직 개편으로 다른 조직으로 옮겨갔다. 내 롤도 Growth marketing manager 에서 Growth Product Manager 로 변경되었으며, 덕분에 인턴십 기간동안 일면식만 있던 PM 들과 같은 팀으로 일하게 되었다.


상사도 롤도 변했지만 가장 큰 변화는 조직 분위기의 변화인 듯 하다. 여름 인턴을 할 때만 해도 대기업 속의 스타트업 같았던 팀이었는데 그런 느낌이 많이 사라지고 이제는 훨씬 더 대기업의 일부가 된 느낌이랄까? 장단점이 있겠지만 스타트업에서만 일해봤던 나에게는 아무래도 차이가 더 큰 환경이 되었다. 지난 한 달 간 느낀 바를 일기처럼 써 본다.



어지러웠던 온보딩 (Onboarding)


흔히 팀에 처음 합류한 사람에게 업무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툴이나 배경 지식을 전수하고 업무에 적응시켜가는 과정을 온보딩이라고 한다. 회사 차원의 오리엔테이션 뿐만 아니라, 팀에서 매니저에게 전달 받는 각종 가이드나 문서, 1:1 미팅 등을 모두 포함한 전반적인 입사자의 First mile experience 라고 보면 되겠다.


우선 여름 인턴 때는 인턴십을 시작하기 몇 주 전부터 매주 1:1로 상사가 될 사람과 미팅을 하면서 팀의 상황을 파악해 갈 시간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시간이 좀 부족했다. 상사, 동료와의 미팅 요청을 2-3번씩은 했는데 모두 당일 취소되거나 답변이 없었다. 최종적으로 한 번씩 미팅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사전 미팅이 부족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다.


첫 며칠간은 상사가 마침 휴가인지라 내 멘토라고 하는 동료에게 약 3 페이지 분량의 온보딩 문서와 함께 나를 맡겼다. 온보딩 문서에는 분명히 전사 오리엔테이션을 최우선 하라고 했는데 전사 오리엔테이션 시간 동안 멘토가 계속 다른 미팅에 초대하고 불러서 좀 의아했다. 전사 오리엔테이션 중이라고 답변했을 때 분위기도 뭔가 쎄하고.. 후 ㅋㅋㅋ


첫 2주간 가장 답답했던 것은 상사와 멘토와의 관계 파악이었다. 우선 상사와는 정기적인 미팅도 없었고 내가 미팅을 요청해 업무를 업데이트해도 알아서 하라는 얘기만 하고 거의 피드백이 없었다. 그 반면 멘토는 내가 보고해야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나에게 일을 던진다는 느낌이었다. 미팅 중간에 나를 초대해서 갑자기 그게 내가 리딩해야 하는 프로젝트라고 하거나 설명이 부족한 Jira ticket 에 나를 일단 Assign 하는 식.. 새 미팅을 잡고 사람들을 초대해서는 갑자기 내가 Driver 라고 하고 ㅋㅋㅋㅋㅋㅋ 게중에 어떤 것들은 내가 왜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것들도 있었고, 그런 걸 자꾸 물어보다보니 멘토랑도 계속 부딪히는 느낌이었다.


결국 너무 답답한 마음에 2주 후 상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내 멘토가 인풋을 많이 주고 있고 나도 되게 고맙긴한데, do I have to take it as a reference or a direction?" 그랬더니 너무나 어이없게도 이제와서 상사가 하는 말. 사실은 그 멘토가 내 상사가 될 예정이었는데 조직 개편때문에 안된거라고 사실상 상사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고. 해당 멘토는 여름 인턴십때도 같이 일했었고 그 때만 해도 당시 상사는 철저한 자율성과 결정권을 보장한다고 했었기에 이런 구조일거라고 미리 생각을 못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왜 이런 중요한 얘기를 초반에 아무도 안해준건지! 늦게나마 이유를 알게 되어 다행이긴 했지만 그만큼 답답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너무 많은 Context 를 직접 부딪히며 파악해야 했다. 예를 들어, 최근 리더십이 바뀌었는데 최근 리더십은 이런 방향이 아닌 이런 방향을 이런 이유로 선호한다 / 최근 조직이 바뀌어서 원래 우리가 하던 일을 저쪽에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라 이 부분 커뮤니케이션은 예민할 수 있다 등등.


이 외에도 할 말은 많지만.... 그냥 내가 느낀 올바른 온보딩은

- Day 1: 첫 날 경험이 중요하다! 특히 Virtual 환경일 때 내가 이 팀에 들어온건지 아닌건지도 모호하게 느껴지는데 우선 팀에 새로운 팀원을 제대로 소개하고 커넥션을 만들어 주자. 형식적으로 Happy hour 한 시간 잡는 걸로는 부족하다. 그래봐야 기존에 있던 사람들끼리 Small talk 하는 게 대부분이고... 같은 시간을 갖더라도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를 하던지 MBTI 를 공유하든 뭔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 Over communication: 문서로 담을 수 있는 얘기로는 부족하다. 회사 전체의 골과 나의 골을 얼라인 시키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Context 를 알아야 하고 최대한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특히 처음 온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는 걸 잊지 말기.

- Small win + Feedback: 팀에도 필요하지만 새로 조인한 사람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프로젝트를 주자. 그리고 해당 프로젝트를 끝냈을 때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자. 내 경우엔 첫 주에 유저 인터뷰를 해보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정작 결과를 공유하고 나서도 아무 피드백도 없어서 좀 당황스럽긴 했다. 물어보니 아 그건 그냥 툴에 익숙해질겸 해보라는 거였어. 라는 건조한 피드백이 ^^;; 그 외에도 Passion project 로 주말동안 경쟁사와 우리의 User journey 를 비교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찾는 맵 등을 그려서 공유했지만 역시나 무반응... 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들) 고치라는 피드백이라도 피드백이 있는 걸 더 선호한다!



큰 기업에서 일한다는 것

2주 간의 온보딩 멀미(?) 이후에도 스타트업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상황들을 매일 마주하며 배우고 있다. 우리 팀과 다른 팀, 우리 제품과 다른 제품, 회사 전체의 이익을 어떻게 조정해갈 것인가? 조직이 큰만큼 시너지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생기는 비효율을 느낀다. 사소해보이는 하나의 메세지도 수많은 팀을 거쳐 결정되고 그만큼 완벽해지지만 움직임도 더뎌진다. 짜여진 프로세스와 템플릿들. 리더십의 제안대로 짜여지는 시간표덕에 급히 준비되어야 하는 전략들. 분명하지 않은 R&R과 수많은 비슷한 팀들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래도 대기업도, PM도 처음이니 너무 빨리 판단하기 보다는 우선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다음 한 달을 보내보기로 한다.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닥치는대로 배우면서, 이 시간들도 최대한 살려봐야겠지. 과연 다음 달에는 어떤 일기를 쓰게 될런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