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내 글이 좋아서 좋은 것일까
꾸준히 쓰다 보니 기분 좋은 일도 생긴다. 며칠 전 내 글이 좋다는 칭찬을 무려 두 명에게서 들었다.
내 멋대로 각색하여 옮겨 적자면, 내 글은 담백하고 솔직한 와중에 곳곳에 따뜻함이 묻어있어서 좋단다. 그러니 언젠가 꼭 책을 한 권 내라고.
애써 감추긴 했지만, 사랑 고백이라도 받은 듯 곧장 마음이 부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글이란 결국 생각이자 마음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 아닌가. 그런 보이지 않는 것들이 흰 바닥 위를 줄지어 가는 까만 개미떼처럼 작지만 소중히 쓰이는 것이 글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니 어쩌면 내 글이 좋단 사실은 나란 사람이 마음에 들고, 내가 사는 세상 역시 이해한다는 의미일 테다. 공감에 목말랐던 나에게 이번 칭찬은 기분 좋은 자극이 되었다. 퇴근 후 땀도 식히지 않은 벌건 얼굴로 집에 오자마자 아내에게 자랑할 정도로.
과연 고마운 일이긴 하나, 그 말만 믿고 정말로 내 글의 수준이 높다고 받아들이면 안 될 것이다. 아마추어 창작자로서 나 역시 스스로의 열렬한 팬이긴 하지만 —종종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읽는 걸 즐긴다— 그들이 보는 내 글엔 어쩔 수 없는 필터가 쓰여 있기 때문이다. 필터의 이름은 ‘내가 아는 사람이 쓴 글’이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요리를 해주면 좀 더 맛있게 느껴지고, 텔레비전에 아는 사람이 나오면 좀 더 반가운 것과 비슷한 느낌 아닐까.
최근엔 나의 형, 이기종이 발매한 디지털 싱글이 듣기에 좋아 몇 번이나 들은 적이 있다. 곡이 좋기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실제 곡의 수준과는 별개로 반갑고 신기한 마음이 더 컸던 것도 같다.
같은 이유로, 내 친구들 역시 나를 몰랐다면 내 글의 매력 역시 반감되었을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에 누가 그리 관심을 쏟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언젠가 그들의 바람처럼 책을 낼 것이다. 인기 작가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그 책으로 지난 시간에 대한 안부를 대신할 계획이다. 많은 세월이 흘러 얼굴에 주름을 늘리고선, 어떻게 지냈어? 잘 지냈어? 란 질문에 책을 한 권 떡하니 내놓는 상상. 그러면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 나의 슬픔과 기쁨이 모여서 어떻게 한 권의 책이 되었는지. 아주 대단한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정말 말처럼 그렇게 될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나는 계속해서 힘껏 쓰려한다. 제목도 이미 정해두었다. 그땐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기꺼이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읽는 내내 조금 슬프고, 마음 따뜻했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