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윤영 Feb 13. 2022

저기에서 부는 바람 /라윤영

이 시는  시집 "어떤 입술"에 수록된 시인데 한 페이지가 생략된 상태로 일부 유포되어 있다. 어느 계간지에 실렸을 때 착오가 생겨 한 페이지를 삭제한 상태로 게재되었다. 그에 따른 마음 앓이가 있어 이렇게 페북에 올려본다.


저기에서 부는 바람


어디서 이상한 바람이 불어오고

배꼽 아래 다리가 누워있다


습기를 말리고 있는

하얀 빨래들

여자는 빛을 잡고 있다


빛은 몸이 없어도

따뜻한 살갗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 다녀간 꿈

그림자는 멀고 어둡다


엉겨붙은 잔해들

차가운 등러리가

따뜻해질 때까지

비행기에 올라타자


횡설수설하는 바람이 귀를 닫고

스스로 녹는 아프리카


축축한 골목은

잃어버린 사람이 남긴 발자국

손목은 닫은 창을 열고

여러가지 구름이 입술을 열고 있다


서성거리는 굴절된 발목들

깊은 계절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라윤영 시집. <어떤 입술. 애지시선 07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