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는 울음
라윤영
귀갓길 폭음하는 빛은
어둠을 주워 먹는 고양이에게 사과하고 있다
짓밟힌 바닥 그을린 빛
꺼지지 않을 등불을 지피고 기다리고 있다
출구를 찾지 못한 흐릿한 눈빛
상처를 가둔 어금니
모르는 곳을 찾는 입술
낯선 욕설로 어울리는 울음이
해 질 녘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거기에 바람이 부는 까닭으로
가까운 당신은 멀리 있다
조금 먼 곳으로
꽃잎이 사라지고
발톱의 피가 뜨겁다
버리고 간 독백이 역류하고 있다
고뇌하는 아가미들 숨을 몰아쉬고 있다
휘바람이 몰고 가는 두 바퀴 자전거
딱딱하게 날아가는 지상의 새들
낮은 포복으로 미래로 뛰어간다
해변 위 두 개의 다리
숟가락과 입술이 가까워질 때
두 젓가락은 사이좋은 애인이다
입을 벌리고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긴 수염고래의 날씬한 수염
적당히 희어진 머리카락은 오래된 통증
꼬리뼈를 자르고 직립하는
두 다리는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손가락의 지문은 자동문 개폐기에 인쇄되고
거기에 좁은 문과 둥근 길이 있다
먹어야만 입구는 열리고 딱딱한
손바닥이 움켜쥐는 음료수는 차갑다
도망가는 하늘은 안전하지 않다
비상구엔 통증이 있고
피카소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먹다 남은 깃털과 피해 다니던
입술을 적시는 붉은
무늬 속 무늬들
라 윤 영 시집 <어떤 입술> :2018 , 애지 시선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