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가르치는 일이 뭘까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교사의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학생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학생의 마음을 얻으며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기 초의 2-3주가 참 중요하다. 서로를 탐색하며 학생을 관찰하고 학생도 교사를 관찰하여 서로 상호 허겁의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사도 학생들을 존중하고 배려하여 지도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갖고 있어야 하고 학생들도 교사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권위를 인정하며 교사의 지도를 잘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문득, 이런 나의 신념, 가치관이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반의 10프로는 문제를 계속 일으키는 아이들이다. 그리고 10프로는 우수한 학생들이고 나머지 학생들은 평범한 학생들이다. 어느 반이나 어느 집단이나 비슷한 비율로 있다.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서 그 아이들을 학급에서 배제할 수 없다. 오히려 그 학생들을 함께 데리고 가기 위해서는 잘못된 행동이 아닌 것에는 더 많은 칭찬과 관심이 필요하다. 1학기부터 정성을 들이고 꾸준히 잘 지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던가 싶다.
물이 끓는 온도 100도, 무엇이 실패가 되든 성공이 되든 거기에는 물이 100도에 끓는 것처럼 임계점을 넘는 순간이 있다. 오늘 내 안에 있던 하나의 둑이 툭하고 터졌다. 어떠한 일 하나로 임계점을 넘겨 버렸나 보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가르쳐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교직에서 꿈을 꾸듯 교사생활을 하고 싶었나 보다. 교사가 되어 했던 나의 첫 다짐들을 이어나가려고 하니 그때와 다른 교육현장에서 더 괴로운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터졌음에도 오늘은 참기가 힘들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이 되어버렸다.
어제 배우 김태리가 주연을 맡은 <정년이> 드라마를 보았다. 3년 동안 판소리를 배워서 대역 없이 판소리를 하는 김태리 배우의 모습에서 프로다움을 느꼈다. 나는 요즘 자신의 특징을 잘 살려낸 사람들의 마인드를 볼 때마다 '그래 저거지. 저게 찐이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차승원, 김혜수, 김태리의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로 보면서 그 말들을 곱씹어 보았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정성스럽게 일을 하는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나는 그런 진심을 배우들뿐만 아니라 나의 동료 교사, 의사 선생님, 학교 주무관님, 영양사 선생님, 맛있는 식당 사장님, 옷 가게 점원에게서도 느낀다. 진심으로 그 일을 잘 해내려고 하는 마음과 그 일을 즐겨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누가 연기를 좋아하며 잘하는지를 평론할 정도는 몰라도 느낌으로 안다. 믿고 보는 배우 000 이렇게 말할 정도로. 교사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대부분의 직업세계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누가 자신의 일을 즐겁게, 주인이 되어하는지를 말이다. 나는 가끔 궁금하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주인이 되어 정성스럽게 일을 하는 사람들을 왜 함부로 하고 부당하게 대하는지. 교사는 교육자가 아니라 어느 순간 아이돌보미가 되어버렸다. 오늘은 그 현실을 더 마주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교사로서 내 일에 자긍심을 갖고 학생들을 존중하며 가르치고 싶었을 뿐이다. 남이 알아주길 바란 것도 아니고 내가 내 일을 함에 있어서 부끄럽지 않고 싶어서 학생들이 문제 행동을 해도 타이르고 바르게 지도하면서 모두 데리고 가려고 노력했다. 노력하지 않고 애쓰지 않았어야 덜 아팠을까. 내 노력을 몰라준다고 속상한 것이 아니다. 교육이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야 하는 현실이 나를 더 절망케 하는 것 같다. 그냥 마음이 많이 씁쓸하다. 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공교육 교사에게 가르칠 권한을 주고 있는가? 그것부터 생각해 봐야겠다. 물론 나는 또다시 툭툭 털고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 마음을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기록한다. 기록해야 나에게 다시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