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1.12.24, 중학교 동창 단짝 친구와 대학 때 가본 첫 이승환 콘서트.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전설의 이승환 콘서트.
그렇게 친구와 나는 이승환 콘서트에 단숨에 매료되었다. 나이트 한번 못 가본 청춘을 콘서트에서 불태웠다고 해야 할까?
사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음악을 챙겨 듣지 않은 지 오래된 것 같다. 가을을 맞아 가수 이승환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려하지 않은 고백'부터! 콘서트 때 귀엽고 재미있게 부르시곤 했는데, 나는 원곡의 절절함이 좋다.
이어서 '너를 향한 마음, 흑백영화처럼, 만추, 내가 바라는 나, 첫날의 약속,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물어본다, 변해가는 그대, Dear Son, Fall to Fly 등.'
또, 토이 객원 가수로 참여한 '좋은 사람 sad story 버전, 애주가(신촌 선술집을 아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옛날 사람) 등 한번 시작하니 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절절한 발라드부터 율동 로커 영혼이 가득 담긴 흥겨운 음악, 메시지를 주는 음악까지! 아, 이래서 내가 좋아한 음악이었어!
특히 가을에 어울리는 '만추(晩秋)'를 듣다 2001년 발매된 7집 앨범 전체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중 한 노래가 눈에 띄었다.
'삼촌 장가가요'
이 노래는 가수 이승환의 실제 조카들이 내레이션에 참여하기도 한 곡으로, '장가'에 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오래간만에 들었는데 공감 가는 가사가 있어 더 재미있게 들었다. 우리 아이의 골드삼촌이자 나의 친오빠가 풀지 못한 숙제도 바로 이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결혼이라는 건 숙제가 아냐
좀 미뤄놨다고 혼나진 않아
가끔씩 외롭고 심심하긴 해도
무턱대고 할 순 없잖아.”
-노래 이승환, <삼촌 장가가요>
나의 친오빠는 아직 미혼이다. 아직도 결혼이 급하지 않단다. 일도 연애도, 취미생활도 하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 오빠를 보며 느끼는 게 있다.
가수 이승환의 ‘삼촌 장가가요’ 노래 가사처럼 정말로 결혼은 숙제가 아니라는 것. 남들 하는 대로 다 사는 인생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 말이다.
사랑의 완성이 꼭 결혼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닐 수도 있고, 결혼해도 아이를 안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남들만큼, 남들에게 꿀리지 않을 인생을 사는 것보다 내가 당당하고 나 자신이 만족스러운 삶을 일구는 것. 어떻게 보면 그게 인생의 완성 아닐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빠가 인생의 동반자를 찾아 정착하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 아들과 아이의 시선으로 해맑게 웃으며 놀아주는 삼촌으로서 모습을 보면 정말 좋은 남편, 아빠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아 근데 오빠, 결혼하더라도 우리 준이 골드 삼촌은 계속해 줘야 한다!
그리고 미래의 새언니는....
나보다 당연히 나이가 어리겠지?
그건 각오할게. 기꺼이!
https://www.youtube.com/watch?v=wBgV8WF9fWo
<삼촌 장가 가요>
못마땅해 나이 차도
장가 안 가는 삼촌
쪼그만 게 뭘 안다고
그럴만하니 그런 거야
결혼이라는 건 숙제가 아냐
좀 미뤄놨다고 혼나진 않아
가끔씩 외롭고 심심하긴 해도
무턱대고 할 순 없잖아
말은 그럴싸하지 핑계도 좋아
그 잘난 눈부터 낮춰
그럴 때아냐 내가 어때서들 별꼴 다
맨날 저러고 있지 불쌍해
정말 저러니 짜증만 늘지
속 터져 정말 그냥 이렇게 살다 갈래
자꾸 닦달하면 더 그래
잠깐 내버려 둬 보면 안 될까?
이건 내 인생이야 그만해 알아서 할게
결혼이라는 건 숙제가 아냐
좀 미뤄놨다고 혼나진 않아
가끔씩 외롭고 심심하긴 해도
무턱대고 할 순 없잖아
말은 그럴싸하지 핑계도 좋아
그 잘난 눈부터 낮춰
그럴 때아냐 내가 어때서들 별꼴 다
맨날 저러고 있지 불쌍해
정말 저러니 짜증만 늘지 속 터져 정말
그냥 이렇게 살다 갈래
인류의 평화와 자기 성찰만이
진정한 사랑의 완성이야
결국 저렇게 됐군 피할 수 없어
최악의 노총각 발작 증후군 말기
그래 나 외롭다 어쩔래
진작 그랬어야지 센척하기는
어쩌냐 신부가 없어 다 시집갔어
그러니까 난 안 갈래
오 승환 도대체 장가는
언제 갈려고 그러는 거야
그러는 당신은?
삼촌! 장가 가요
song by 이승환
*상단이미지 :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