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필요한 순간
주인공 '나영'은 억척스러운 엄마와
답답한 아빠가 싫다
고개를 아무리 저어봐도
지긋지긋한 현실 속에 갇혀있는 기분
그녀에게 남은 희망은
뉴질랜드로 떠나는 연수뿐이다
하지만 연수를 앞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아빠
그녀는 이 지독한 현실을 떠날 수 있을까
나도 이 글을 보는 당신도
가족이 부끄럽거나 미웠던 적이 있을 것이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때로는 멀게 느껴지는
그들을 이해해보고 싶다면
<인어공주>만 한 작품이 없다
우리는 자라면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경험을 습득하며
가족과는 자연스레 다른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
가족일지라도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나영'은 고아로 자란 남자 친구에게
부모가 없는 것이 오히려 부럽다는 표현을 한다
이해가 안 가고 잔인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부재는 상실을 가져오지만
때로는 그 공백이 상상할 여지를 남겨준다
반대로 답답한 현실은 빈틈없이 메워져
우리를 옥죄어온다
두 세계의 거대한 충돌과
답답한 현실을 이겨내려면
그들도 눈부시게 빛나던 청춘을 가졌던 사람이라는
조그마한 상상력이 중요하다
나의 엄마도 나영의 엄마 '연순'처럼
거칠고 억척스러운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세상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사람임을 안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의 성격과 마음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영화를 가끔씩 다시 틀어
그 시절의 마음을 감히 추측해본다
그리고 그녀와 나 사이의 공백 속에
많은 상상력을 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