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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옝옝 Mar 09. 2023

바깥 소음 말고 내면의 소리를 들으세요

<데미안>을 읽고

단언컨대 <데미안>이라는 제목을 들어본 적 없는 어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책의 내용과 배경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지?



이 책은 세계 1차 대전 후 독일의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가 썼다. 지금은 믿기지 않는 사실이지만 당시엔 전쟁을 찬양하는 작가와 시인이 많았다. 헤르만 헤세는 그런 미쳐 돌아가는 사회에 환멸을 느꼈고, 중요한 것을 잊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데미안>속 가공인물의 입을 빌려 메시지를 던진다.



당신네들 지금 이상한 걸 믿고 있어 이렇게 된 거라고, 진짜 중요한 것은 외부의 소음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라고.



헤르만 헤세는 유럽의 불행이 물질주의와 이에 연유하는 개개인의 자기 상실증에서 초래되었다고 여겼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운명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면 물질주의에 눈 가려질 일도 없었을 것인데, 이러한 자기 상실 때문에 궁극적으로 전쟁이 발발되었다고 생각했다.


전쟁에 패배한 후, 그들이 믿었던 모든 것이 무너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자 독일인들은 속절없이 혼란 속에 빠졌다. 그때 방황하던 젊은이들 앞에 나타난 헤르만 헤세의 소설은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이 소설이 현대에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의 정신세계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 테다. 오늘날 우리는 전쟁의 시대를 돌아보며 야만적이라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사람 목숨 보다 땅따먹기가 앞설 수 있냐며 그 시대의 사람을 미개인 취급한다. 얼핏 보면 현대인의 정신세계는 일보 전진한 듯 보인다.


하지만 진실로 더 나아졌는가? 여전히 이 사회에는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 보다 돈을 노래하며, 자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기 보다 외부 소음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리기 바쁘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까지도 <데미안>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진짜 중요한 것은 모두 자기 안에 있다.








· 인간에게는,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이끄는 길을 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는 것을!


· 신이 우리를 고독하게 함으로써 우리 자신에게로 이끌어줄 수 있는 길은 많고도 많다.


· "운명과 심성은 하나의 개념에서 나온 이름이니라."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리지 않으면 안 된다."


· 그러나 만일 자네가 흠잡을 곳 없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날이면, 그는 자네를 버릴 거야.


· "우리가 보는 사물이란. 우리 내부에 들어 있는 것과 똑같은 사물이지. 우리가 우리의 내부에 보듬고 있는 것 이외의 현실은 존재하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듯 비현실적으로 살고 있는 거지. 외부의 형상을 현실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 내부에 들어 있는 독자적인 세계에 발언의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야. 그렇게 함으로써 더 행복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다른 면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대다수가 가는 길을 택하지 않게 된다네. 대다수가 가는 길을 편하지만, 우리의 길은 힘들어. 그 길을 우리 같이 가보세."


· 나는 자연의 투척이다. 알지 못하는 것으로의, 아마도 새로운 것으로의, 아마도 허무로의 투척일 것이다. 이 투척으로 하여금 본연의 깊이에서 작용케 하고 그 의지를 나의 내부에서 느끼고 그리고 그것을 송두리째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만이 나의 사명이었던 것이다. 오직 그것만이.


· 자연이 인간에 대해서 원하는 바는 각 개인의 마음속에, 자네나 나의 마음속에 적혀있는 거야.


·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 자기를 잃는다.


· "수백 년 간, 아니 그보다 더 오랫동안 유럽은 그저 연구만 하고 공장만 세웠거든! 그들은 한 사람의 인간을 죽이기 위해 몇 그램의 화약이 필요한가는 정확히 알고 있지만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법도 알지 못하고, 한 시간 동안이라도 만족해 있을 수 있는 방법도 전혀 모르거든."



옮긴이의 말 中 -


· 유럽의 불행은 결국 물질주의와 이에 연유하는 개개인의 자기상실증에서 초래되었다는 인식이었다.


· 결국 개개의 인간들은 극단적인 물질주의를 추구하다가 빠져든 정신의 공허에서 탈출하려고, 다시 말해서 거기서 오는 무엇인지 모를 불안과 공포감 같은 것에서 헤어나오려고 잘못된 해결책을 찾았다. 그들은 자신 가운데 잠겨들어 고독한 가운데 우러나오는 진실된 운명의 소리를 듣는 대신 모임을 만들고 떼를 지어 다니며 끼리끼리 합세하여 기염을 토하는 가운데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이것은 불안으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상실이며, 이러한 자기 상실은 이성을 상실한 전쟁 가운데서 궁극적인 탈출구를 찾았던 것이다.


·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의 입으로 말해본 일이라곤 없었던 텅 빈 자신만이 달랑 남아서 속절없이 방황하고 있을 뿐이다.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선과 악, 신과 악마를 겸한 복합체로서의 독특한 신인 아프락사스에 대한 신앙, 그것은 다름 아닌 주체성 있는 자기 자신의 내면이 소리에 대한 믿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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