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
두 달 전, 아기를 낳았다. 우리 아기는 요구사항이 단순하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기저귀만 갈아주면 크게 울지도 않고 대체로 혼자 잘 논다. 그런데, 최근 두 달간 신생아를 돌보면서 느꼈다. 우리 아기에게 낯설지 않은 익숙함이 느껴진 것이다.
요구사항만 명확히 해결해 주면
네가 원하는 것을 주지
이제 갓 60일을 넘긴 신생아의 요구사항은 단순하다. 3시간마다 밥 주고, 기저귀가 빵빵해지면 갈아주고, 밥 먹은 지 1시간 30분 정도 지나서 졸리다는 신호를 보내면 안아서 재워주면 된다. 그 외에 이유를 알 수 없을 때는 꼬옥 안아주면 대체로 칭얼거림을 멈추고 방긋방긋 웃으며 옹알이를 한다.
참 고마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 아기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지겠지. 그러면 우리가 들어주기 힘든 요구를 하는 날도 오겠지. 그런데 지금은 그저 품에 안고 거실을 몇 번 왔다 갔다 걸어주기만 하면 방긋방긋 웃어주니까. 참 고마운 시간들이다.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우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라니.
요구사항을 분명히 말하지 않을거지만
들어주지 않으면 울어버릴 거야
아기의 요구사항은 분명하지만, 그걸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그의 요구사항을 바로 알아채지 못한다. 배고픈가? 졸린가? 기저귀는 아닌 것 같은데. 트림을 덜 했나? 배가 아픈가? 팔다리가 쑤시나? 아기가 칭얼댈 때마다 머릿속에는 여러 개의 질문이 동시에 떠오른다.
그는 어리숙한 우리를 기다려주려 노력하는 듯 보이지만,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는다. 그의 요구 사항을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해서 해결하지 않으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목청은 또 어쩜 그리도 큰지. 누굴 닮았을까. 저러다 득음하겠다.
퇴근 시간은 저녁 7시다.
하지만, 야근이 없다고는 안했다.
우리 집 클라이언트는 대체로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잔다. 간혹가다 10시까지 깨어있을 때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저녁 7시가 다가오면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익숙한 느낌을 받는다.
임신과 출산으로 회사생활을 그만둔 지 7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7개월 만에 익숙한 감각을 느꼈다. 저녁에 쌓인 젖병을 설거지하며 주방을 마감하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집 앞에 가마치 통닭집이 새로 생겼던데. 오늘 밤엔 갓 튀긴 후라이드에 탄산음료를 마셔야지.
끝.
100번째 글이 육아일기가 될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