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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언니 Aug 24. 2024

성취감, 나도 참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는 성취감의 끝판왕은



성취감, 나도 참 좋아한다.


이전에는 높은 수치를 내거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듣거나 통장에 쌓이는 숫자가 커져갈 때 성취감을 느꼈다. 물론 지금도 같은 부분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하지만 요 근래 100일간 내가 느꼈던 성취감은 그런 것들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월급이 들어오거나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기 때문에 임신~육아는 성취감도 없고 힘이 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물론 그 말도 사실이다. 하지만 성취감이 없다기보다는 우리는 아이를 통해 다른 종류의 성취감을 느낀다.


신생아 때는 새벽 1시, 3시, 5시면 아기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1~2시간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어서 2개월 넘게 잠을 쪼개자느라 나도 아기 아빠도 참 힘들었다. 이제 아기는 100일을 갓 넘겼고, 밤에는 9시간씩도 잔다.


오늘 아침에 아기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울지도 않고 허공에 옹알이를 하며 옆자리에서 누워있었다. 그러다 잠에서 깬 나를 발견하곤 먼저 방긋 웃어주었다. 조건 없이 웃어주는 웃음이었다. 아직 내가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도 눈만 마주치면 웃어준다. 웃느라 더 빵빵해진 볼이 아침 햇살아래서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생명을 길러내는 일이라니. 살면서 느껴본 적 없었던 성취감이다.

                    

아기가 처음 왼 손을 발견하던 날, 처음으로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엄/마/ 소리를 입술 붙여 내던 순간, 혼자 모빌을 보며 한참이고 들뜬 소리로 옹알이를 하던 날, 그러다 흥이 나면 입술을 앙 다물고 두 발로 방망질을 하던 순간. 이제는 양손을 맞잡고 해달처럼 누워 제법 혼자만의 시간도 잘 보낸다.


100일은 의미가 크다. 엄마 뱃속에서 280일 + 태어나서 100일 - 배란일 15일 = 365일. 토실이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 지 365일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기가 양손을 발견하고 맞잡고 놀기까지 무려 100일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이런 게 새롭다고? 이런 걸 발견한다고? 이런 게 당연하지 않다고? 하는 온갖 장면이 사진처럼 박힌다. 사실은 아직 표현할 적당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성취감이라고 부른다.


근데, 육아 졸라 빡세다. 어쩌면 너무 힘들어서 정신승리하는 걸 지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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