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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노티

할 일을 명확히 알려주면 불필요한 리소스를 줄일 수 있어요.

by 두부언니


제출하신 사진이 반려되었습니다.




하라는 대로 했는데?

어디가 잘못되었다는 거지?


베리챗, KYC 인증


이런 핑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 큐에 끝내지 못한 경험은 올여름 습기만큼이나 꿉꿉하다. 잘못 제출된 자료에 대한 후속조치를 하고 재접수를 받는 프로세스는 우리 쪽에도 불필요한 리소스를 가중시킨다.


유저에게 지시를 명확하게 내릴수록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플로우가 명확할수록 유저는 심리스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우리는 정제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이다.




원페이지 원스텝

화면을 구분해서 보여주세요.


기존의 접수화면은 한 화면에 제출해야 하는 정보가 모두 나열되어 있었다.

1) 개인정보
2) 본인확인용 사진
3) 신분증 사진

특히 2번의 본인확인용 사진이란 건 '신분증을 내 얼굴과 나란히 놓고 찍은 정면 사진'인데, 이걸 이해하지 못하고 증명사진을 올리거나 신분증이 앵글에 포함되지 않은 얼굴 사진만 올리는 유저들이 많았다. 사실 나도 개선안을 그리는 도중에 가이드를 명확히 이해했다...


기존에는 가이드가 소극적이었다. 사진을 업로드하는 영역에 예시 이미지와 텍스트를 표시하고 있었지만, 얼핏 보기에는 나의 정면 사진과 신분증 사진을 업로드하라는 것처럼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첫 번째 가이드는 나의 정면 얼굴과 신분증이 함께 보이도록 찍으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많은 유저들이 첫 번째 사진에서 신분증 없이 얼굴 사진만 찍어 올리는 등. 반려될만한 사진을 제출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상) 기존 / (하) 업데이트 후


그래서 화면을 추가하여 가이드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했다. 단계를 구분하여 샘플 이미지와 가이드를 화면에 꽉 차게 표시했다. 카메라가 켜져 있는 상태에서도 가이드가 여전히 보이도록 만들었다.



위 이미지처럼 첫 번째 사진과 두 번째 사진을 업로드하는 단계를 구분했다. 가이드를 숙지하는 호흡을 늦춰 좀 더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입력해야하는 상황보다는 좀 더 차분하게 자료를 확인하고 제출할 수 있기를 바랐다.




중요한 건

두 번, 세 번 알려줘도 괜찮아요.


나는 부모님과 걸어서 10분 거리에 살고 있다. 때문에 부모님 집에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일도 잦다. 그래서 배달어플의 주소를 자주 변경한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주문을 넣다가 잘못된 주소로 배달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렇다면 배민이 결제 단계에서 주소를 제대로 확인시켜주지 않는가? 그것도 아니다. 결제 화면 최상단에 배달주소가 떡하니 적혀있다. 그냥 내가 습관적으로 화면을 넘기다가 정보를 놓친 것뿐이다.


오늘도 부모님 집에서 주문을 넣고 있었는데, 결제 직전 단계에 못 보던 모달이 표시되었다. 사실 새롭게 추가된 모달인지 아닌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달 앞에서 나는 주춤했고 우리집으로 잘못 보내는 실수를 저지르기 직전에 막을 수 있었다.


(좌) 기존의 결제화면 / (우) 결제 직전 모달


아마도 모달이 없었다면 나는 또 아무도 없는 우리집으로 커피를 배달시키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면 매장에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주소지를 다시 불러드리거나 결제를 취소하고 재주문하는 등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또 다시 반복하게 되었을 것이다.




사용자가
직접 체크하게 하세요


그래서 우리도 두 번, 세 번 확인하게 만들었다.

web3에서 시드구문(private key)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시드구문을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할 경우 해킹의 위험에 노출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시드구문 화면을 스크린샷 찍거나 모바일 메모장에 저장하여 발생하는 문제로 CS가 빈번하다. UI로 이와 같은 사고를 미연에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까?



기존화면은 위와 같이 '꼭 확인하세요'나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지 마세요'와 같이 안내 메세지를 타이틀로 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좌측 화면의 경우 여러 가지 안내문들이 혼재되어 있어, 어떤 정보가 가장 중요한 건지 알기 힘들었다. 마지막 화면에서도 상단에 안내되어 있는 메세지만으로는 위험성을 전달하기에 충분치 않아 보였다.


(상) 기존 / (하) 업데이트 후


그래서 우리는 사용자가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직접 체크하며 단계를 넘어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존에 '주의 사항에 동의한다'는 한 가지만 체크했다면, 개선안에서는 모달로 내용을 한 번 더 강조했다. 추가로 마지막 화면을 닫기 전에 안내문에 동의해야 CTA가 활성화되도록 했다.



이렇게까지 반복적으로 주의를 줘야 하는지 싶긴 했다. 하지만 바쁜 현대사회. 일일이 안내문을 읽지 않고 습관적으로 다음 버튼을 누를 때가 너무도 많다. 좀 귀찮게 하더라도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이 정도 성가심은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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