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목포여행 day 6
“틈만 나면 목포에 갑니다” 매거진 7화
창성장 숙소에서 유달산 정상까지 갔다 오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딱 적당한 운동량이라고, 매일 유달산 정상까지 한 시간 만에 왕복한다고 자랑했다.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일등바위에도 다녀왔다고 자랑하니, 목포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뭐여? 그럼 지금까지 일등바위 안 갔어?”
“그럼 지금까지 갔다는 정상은 어디여?”
“워쩐지…한 시간 만에 왕복한다고 해서 유달산 날다람쥐인 줄.”
일등바위가 유달산 정상이란다. 내가 그동안 정상이라고 믿어왔던 곳은 관운각 위 전망대였다.
목포 사람들은 이제야 뭔가 이해가 간다며 막힌 실타래를 푼 듯 개운한 표정이다.
일등바위에 오른 김에 이등바위에도 갔다.
만보를 훌쩍 넘었다.
운동량이 어마어마하다. 목포에 온 뒤로 오른 층수가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운동하는데도 살이 안 빠진다고(유방암 환자는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 하니, 도르의 언니야가 진실을 말해주었다.
“운동량이 식사량을 못 따라가네”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식욕이 도움 된 적도 있다. 수술과 방사선 치료 후 회복기에는 잘 먹는 것이 좋다.
수술 후 세포가 재생되고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려면 잘 먹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영양 풍부한 단백질 위주로 잘 먹었더니 정말 회복이 빨랐다.
단점은 추어탕, 족발, 미역국, 곰탕 등의 고열량 식품을 먹었더니 살이 쪘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시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해서 산에 갔는데, 산에서 먹는 김밥이 또 맛있는 거다. 도르의 언니야가 싸준 당근김밥인데 별로 들어간 게 없는데도 맛있다. 맛있게 먹고 배불러서 또 운동하고.
저녁엔 에스타시옹 1913 식당에서 이베리코 목살을 먹었다.
이번 여행 중에는 첫날과 마지막 날 두 번 방문했다.
셰프님이 구워주는 고기를 기다리며 입안에 계속 침이 고였다. 첫 한 점은 소금에 찍어서, 두 번째 한 점은 와사비와 명이나물에 싸서 먹겠다는 계획까지 세우면서 군침을 꿀떡 삼키며 기다렸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군침이 돈다.
이렇듯 먹고 운동하고 계속 반복하는 것 같긴 한데 맛있고 즐겁게 먹는 시간이 건강해지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건강한 목포 여행은 여기서 끝이다.
언제 목포에 다시 가게 될지 모르지만 그때 다시 매거진 연재 시작할 생각이다.
번외 편으로 흑백요리사 요리대결, 창성장 고양이 이야기는 쓰고 싶은데, 시간이 나면….
많이 웃고 맛있는 것 먹고 운동하며 지냈던 목포여행 기간 동안 암환자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암환자의 머릿속’ 브런치북 이번주 월요일 연재가 왜 안 올라오냐는 문의가 있었는데, 여행기간 동안 써보려고 했는데 암환자의 머릿속이 비어 있어서 글이 잘 안 나왔다.
암환자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시간도, 암환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여행 시간도 둘 다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란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