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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창 May 23. 2023

미국 야구 선수들이 반드시 참여하는 스트렝스&컨디셔닝

우리는 왜 아직도 하루에 몇시간씩 메카니즘(폼)에 매달리는가?

뿌옇게 황사가 몰아 치던 봄의 어느 날 멀리서 아이들이 즐겁게 야구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코치님 말씀에 귀를 귀울이며 우렁찬 파이팅과 함께 어설프지만 제법 야구 선수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렇게 한참 훈련을 바라보다 보면 각각의 선수들마다 움직임이 다름을 인지 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 이지만 선천적으로 힘이 강한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보다도 훨씬 유리한 상황에서 훈련에 참여하고 있었다. 키가 큰 투수는 타점이 높아 다른 선수들 보다 위력적인 볼을 던지며 덩치가 큰 선수들은 기술이 좀 부족하더라도 강한 타구를 외야로 날려 보낸다. 본래부터 빠른 선수들은 민첩한 스텝으로 손쉽게 어려운 땅볼을 처리하고 견고한 어깨를 가진 선수들은 코치가 원하는 훈련 량을 부상 없이 소화한다. 당연히 그 반대인 선수들이 다수 존재한다. 힘이 없어 방망이 조차 들기 힘겨운 아이들 볼만 던지면 어깨가 아파 훈련을 쉬는 선수, 순발력이 좋지않아 번번히 볼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선수. 모든 선수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신체적 능력과 내구성이 다르며 그런 신체적 차이에 따라 양질의 훈련이 정해진다.


모든 아이들의 성격이 다르듯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능력 또한 판이하다. 그런데 팀 스포츠에서 훈련이란 정해진 훈련을 똑같이 훈련하고 그 안에서 실력을 키우는 시스템이다. 훈련과 교육에서 신체적, 기술적으로 잘 습득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선수가 더 많다. 이런 상황은 공평과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스포츠는 이겨야 하는 경기이며 승리하기 위해서는 강한 선수가 선발로 나가는 것이 스포츠의 생리이다. 그렇다면 선천적으로 신체적인 능력이 타고난 선수들에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항상 꿈을 양보하고 선발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하는가?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이지만 힘이 부족하여 스윙 스피드가 적은 선수, 좋은 인성을 지니고 있지만 순발력이 좋지 않아 내야수를 하지 못하는 선수, 유연성이 부족하여 근육 부상을 자주 당하는 선수, 어깨의 내구성이 없어 볼을 잘 던지지 못하고 통증에 시달리는 선수 등 이 모든 선수들은 타고난 재능의 벽에 무릎 꿇고 다른 선수들의 성공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아야 하는가?


이런 문제들을 보완해주고 무조건 적인 평등이 아닌 부족한 부분을 채워 선수들에게 타고난 재능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주는 것이 바로 스트렝스&컨디셔닝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정말 생소한 단어이며 비슷한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라는 분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이다. 해당 용어가 가장 남용 되는 곳이 3대 운동 500kg이라는 수치이다. 스트렝스란 용어는 상대적인 것으로서 무게를 많이 들고 자랑스러워 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스트렝스란 “힘과 강함”이다. 단순한 힘이 아닌 종목의 특성에 따른 힘이다. 역도 선수에게는 바벨을 강하고 빠르게 위로 올리는 동작이 스트렝스이며 마라톤 선수에게는 오래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스트렝스이다. 야구 선수의 스트렝스는 더욱더 복잡한데 “중심을 낮게 가져 갈 수 있는 하체의 능력” , “회전력을 강하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협응력”, “어꺠를 유연하면서도 탄성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 등 야구를 잘할 수 있는 모든 능력 대한 통합적인 “강함”의 설명과도 같다. “컨디셔닝”은 신체의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기술로서 좀 더 생리학적인 면에 중점을 두며 “휴식, 영양, 달리기 컨디셔닝, 마사지 컨디셔닝, 스트레칭” 등 선수의 능력을 시즌내내 꾸준하게 유지 시켜 주는 방법론을 의미한다.



운동 선수와 함께 지낸 지 이제 17년이 지났다. 그동안 축구, 빙상, 럭비 등의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고 프로 야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모든 스포츠에서 지도자들은 항상 선수와 선수를 비교한다. 비교에는 특정 단어 들이 많이 사용되는 데 “저 선수는 힘이 좋다”, “저 선수는 빠르다”, “저 선수는 탄성이 좋다”, “저 선수는 부상을 잘 당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평생을 지도자들과 함께한 필자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저 선수의 부족한 점을 훈련을 통해 채워주면 되는 것 아닌가?” 미국에서 트레이닝을 접한 나에게 굉장히 단순하고 명쾌한 접근법이었지만 아직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통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앞서 지도자들이 이야기한 비교에서 언급 되어진 능력은 스트렝스&컨디셔닝의 용어로 모두 정리 될 수 있다. “근력, 유연성, 가동성, 내구성, 힘줄의 경직성, 플라오메트릭. 대응력, 협응력” 등등 모두 스트렝스&컨디셔닝이라는 방대한 방법론에서 다루고 있는 분야이며 매년 수만건의 논문이 발표되는 굉장히 넓고 깊은 범위의 학문이다. 프로야구 트레이닝 코치(스트렝스&컨디셔닝) 시절 명장 김경문 감독님께서는 매일 1~2시간 동안 나에게 훈련을 시간을 할애해 주셨다.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한 분이 셨지만 훈련이 끝나고 진행되는 유연성 훈련 및 스트렝스 훈련을 전적으로 동의해 주셨다. 투수 코치인 최일언 코치님도 마찬가지 셨는데 트레이닝에 대한 중요성을 수도 없이 강조 했었다. NC창단 초장기 시절 다른 팀에서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이 유명한 선수들 못지 않은 활약을 수년동안 지속한 이유도 스트렝스&컨디셔닝의 영향이 컷었다.


비-시즌 동안 스트렝스&컨디셔닝을 통하여 훈련 중인 프로야구 선수들

                  

   다른 선수들 보다 유연성이 부족한 선수, 근력 및 탄성력 등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그 알맞은 트레이닝을 진행 하였고 다른 재능 있는 레전드 선수들과 비슷한 성적을 보여주거나 때로는 그들을 압도하기도 하였다. 필자의 이런 경험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당연하게 받아 들여지는 스트렝스&컨디셔닝의 효용성을 보았을때 꿈과 의지가 있고 야구와 팬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타고난 힘과 내구성 탄성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그들의 꿈과 의지를 성취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주는 방법이 바로 “스트렝스&컨디셔닝”이다. 이런 경험이 있는 반면에 나에게도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건들이 있다. 2군 시절 기술 훈련만 강조하는 지도자분을 만나 많은 선수들이 부상과 타격 능력 저하로 힘들어 했던 경험이 있다. 분명 그 타격 코치님이 선수를 사랑하는 방식 이었겠지만 30도가 넘는 땡볕과 야간 까지 이어지는 훈련으로 파워가 상실되고 부상에 시달리게 되었다. 안타깝지만 그 때 훈련한 선수 중에 성공한 선수는 없었다. 야구에서 기술과 멘탈과 영양과 트레이닝을 아우르는 스트렝스&컨디셔닝은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선수들의 성장에 관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특성이 기술과 정신력에만 치우쳐져 있음을 필자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우리는 누구 탓으로 돌리기를 원한다. 선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 보다. 내 말을 듣지 않아 저 선수가 저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 또한 그런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얼마전  WBC에서 호주에서 대한민국은 패배하고 말았다. 호주는 하루에 2시간 정도의 기술 훈련을 하고 스트렝스&컨디셔닝에 시간을 많이 할애 한다. 호주는 국가적으로 스트렝스&컨디셔닝 코치를 키우는 기관이 존재하며 레벨를 세분화 하여 코치들의 수준을 관리한다. 호주에서 야구가 인기가 없어서 그렇지 만약 우리나라의 반 정도만 인기가 있다면 우리는 호주에게 더 큰 격차로 졌을 가능성이 높다.


보스턴 레드 삭스 스트렝스&컨디셔닝 코치시절의 마이크 보일, 메이저 리그의 모든 팀은 스트렝스&컨디셔닝 코치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 스트렝스&컨디셔닝 칼럼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인 의견을 쏙 뺀 단백한 정보전달을 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스포츠팀 스트렝스&컨디셔닝 코치로 지내면서 그 동안 겪었던 수많은 사건들을 반추하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들이 많이 표현 되었던 것 같다. 필자는 아직도 우리 나라 선수들도 필수적으로 스트렝스&컨디셔닝에 참여하게 되는 그날을 꿈을 꾸고 있다. 프로 야구 팀에서 평생 빛을 보지 못한 선수가 겨우내 열심히 함께 훈련하여 다음 해 갑지가 30세이브를 뚝딱 해 치우고 무릎 수술을 10번한 럭비 선수가 은퇴하지 않고 정상적인 훈련과 경기를 뛰게 만들었던 그런 경험들 속에서 확인한 것은 우리나라 야구 생태계에도 반드시 스트렝스&컨디셔닝 기법이 중요한 화두로 다루어 져야 하며 비즈니스맨이 아닌 전문가를 양산하여 한국 야구의 수준을 한단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야구를 사랑하는 수많은 학생 선수들이 자신의 재능과 신체적 능력에 가로 막혀 꿈을 펼치지도 못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지도자들이 아니 어른들이 좀 먼 곳을 바라 보고 야구 선수들에게 아니 모든 운동 선수들에게 스트렝스&컨디셔닝은 필수적으로 경험하고 지도 되어야 하는 요소가 되어야 한다. 운동 선수라면 프로 야구 선수가 꿈이라면 당연히 일반 학생 들보다 강한 훈련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훈련을 이겨내고 지도자들의 지도법을 몸에 흡수하여 내재 시킬 수 있는 전제 조건인 신체적 능력 만들기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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