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글을 쓰기 위한 멘탈 관리법
오랫동안 작가를 꿈꿔 온 지인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이었고 책을 내고 작가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 지인이었죠. 지금껏 만난 누구보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분이었어요. 그런데 만날 때마다 대화의 패턴이 비슷했어요. 3년 전 쯤 나눴던 대화에도, 1년 전쯤 나눈 얘기에도, '작가가 되고 싶어요. 나도 곧 책을 써야 하는데' 라는 문장이 반복되었습니다. 몇 달 전 만났을 때 그 분은 제게 물었어요.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재능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더 열심히 글을 쓸 텐데 말이에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단 확신을 준다면, 그걸 동력 삼아 꾸준히 달릴 것만 같은 마음이 솟거든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걸 달리 말하면, 글쓰기를 하다가 확신이 없어 멈추게 되기도 쉽습니다. 글솜씨도 뛰어나고 활발하게 활동하시던 분인데 사라지는 작가님들이 계세요. 첫 출간을 하고 난 뒤 글쓰기를 멈추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래서 오늘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멘탈 관리'에 대한 얘기를 건네려 합니다. 제 경험상 그리고 주위를 살펴보건대 글쓰기 재능이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흔들리고 견디기 힘들어서, 작가의 꿈을 내려놓거나 글쓰기를 멈추는 분들이 많거든요. 글을 쓰고 싶은데 재능이 부족한 것 같고, 글쓰기의 결과에 일희일비하게 되고, 운이 따라주지 않아 억울한 마음도 들고, 이렇게 여러가지 감정을 지속적으로 겪다 보면 글쓰기를 멈추고 싶은 순간이 옵니다.
예전에 말씀드렸 작가란 말에 매달리지 않는 것도 큰 방법이고, 그 이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좋습니다. 한편으로는 작가란 이름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글쓰기를 지속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겠죠. 책 쓰기를 원하는 분도 많을 겁니다. 그러려면 요령도 중요하지만, 멘탈을 잘 붙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에 대한 현실적인 얘기를 드리려 합니다.(이 글의 끝에는 출간 과정을 전반적으로 나타내고 각 순서에 대한 꿀팁(!)을 넣은 워크시트를 준비했습니다.)
위의 지인처럼 ‘출간을 하고 싶은데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거듭 얘기하는 분이 계세요. 귀중한 출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생각은 나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준비 미흡과는 별개로 어떤 분들에게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엿볼 수 있어요. 이 곳 브런치에서도 숱한 원고투고 실패담을 읽을 수 있잖아요. (물론 끝내 성공하는 얘기가 많지만요) 타인의 글을 읽으면서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가중되어 멈칫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완벽한 준비를 원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눈 밝은 편집자의 컨택을 기다리는 분도 있죠.
하지만 ‘완벽한 준비’나 '선택 받는 상황'이 귀인처럼 늘 내게 오는 건 아닙니다.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8만명이 넘는 브런치 작가가 있다고 합니다. 편집자가 모든 작가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알아보기 쉽지 않아요. 완벽한 준비도 마찬가지예요. 하려다 보면 계속 불완전한 나에 걸려서 한 걸음을 내딛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시도를 해봐야만 알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언젠가 웹툰 작가인 이종범 작가의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인상 깊게 들은 적 있어요. (창작자들을 위해 유용한 조언을 해주는 분이죠.) 웹툰 연재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한 번 원고를 완성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내면에 쌓이는 카드가 많다는 얘기였습니다. 연재를 통해 내 만화에 댓글을 다는 독자를 상대해본 멘탈, 정해진 마감을 꾸준히 이어서 지켜야 한다는 생각, 시간 관리 노하우라는 카드가 추가되어 있다는 얘기였죠. 무언가를 마칠 때마다 내가 해보지 못한 카드가 추가되어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원고투고나 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막연히 출간을 상상하는 것’과 ‘실제 출간을 경험하는 것’은 다를 수 있어요. 처음 시도할 때는 당연히 부딪히고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원고 투고에 실패하는 일도, 퇴짜 맞는 일도 많습니다. 책을 냈는데 판매량이 형편없거나 차가운 반응을 만날 수도 있죠. 저는 어땠겠어요. 투고에 실패했다는 메일이야 당연히 받아봤고, 16권을 냈으니까 절판된 책도 있고 초보 저자일 때는 편집자의 기약 없는 연락을 기다리며 ‘출판사에서 내 원고가 좀 내쳐졌구나(?)’ 싶은 때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실패라거나 상처라 생각했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경험을 쌓다 보니 노하우가 되고, 한 발짝 떨어져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시야도 얻게 되었어요. 굳은 살이 조금 박혀서 웬만한 일에는 상처를 덜 받게 되기도 했고요. (안 받는 건 아닙니다만 ㅎㅎ) 출간 후 책이 좀 팔리지 않더라도 ‘아, 이번 책이 팔리지 않는구나. 다음 책을 얼른 써봐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죠. 내 책에 대한 악평을 봐도 ‘그래, 까라 까(!).’ 정도의 뻔뻔함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상처를 받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마음 회복의 시간도 단축이 됐죠. 출판사와 일하다 보니, '출판사가 마감으로 바쁜 월말보다 월중에 원고 투고하는 게 좋겠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출판사가 날 무시하는 게 아니라, 출간과 마감 일정상 피드백을 늦게 보낼 수도 있다는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됩니다. 그런 노하우는 누군가의 글을 읽기 보다는 스스로 부딪히고 깨져봐야 쌓을 수 있는 겁니다. 시도하는 용기 없이는 알기 어려운 일들이 있으니, 너무 겁내기보다 발을 내딛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가지게 된 의문이 있습니다. 보통 어릴 때부터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즐겨 읽고,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높은 작가지망생 분들 중에 글쓰기를 관두는 분들이 유독 많더라고요. 글솜씨가 뛰어난 분들이 많은데 어째서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어요. 오랫동안 좋은 글과 책을 벗 삼아 지내온 분들일수록 글을 보는 눈높이가 높고, 식견이 뛰어날 수 있어요. 그 자산이 글쓰기의 좋은 자양분이 되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가끔씩 내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글은 높은 식견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눈높이와 내 현실 사이의 간극 때문에 초고에서 손을 놓기 쉽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글 쓰는 이라면 누구나 겪는 딜레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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