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가로지르는 요트를 타는 소박한 꿈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다. 20년 전 우스꽝스럽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름 진지하게 작성한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대략 이런 내용들이 있었다. 20대에 문 두 개 달린 쿠페를 타기. 일본에서 원숭이들과 함께 노천 목욕하기. 한강 다리에 줄을 매고 번지 점프하기. 바다와 맞닿은 높은 절벽에서 다이빙 하기. 그리고, 30대 중반에 요트를 가지고 바다를 항해하기.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나름 달성하기 위한 노력들도 열심히 했다. 번지점프를 위한 재료를 찾기도,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절벽을 찾기 위해 구글맵을 뒤지기도 했다. 그중 요트는 가장 쉬운 리스트라고 생각했다.
보통 요트를 취미로 하겠다고 하면, 내가 무슨 석유재벌의 아들쯤 된다고 생각한다. 요트란 무엇인가부터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 바다에 떠다니는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된다. 이는 모터의 유무에 따라 나뉜다. 모터로 움직이면 보트라고 하고, 모터가 없이 바람이 주동력이 되면 요트라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삼각 수영복 빤스를 입고 커다란 갑판에 누워 샴페인을 마시는 장면, 보통 부자들이 노는 취미는 사실 요트가 아닌 보트다. 요트는 여유가 많지 않다. 쉼 없이 바뀌는 바람과 파도를 읽어가며 열심히 돛을 펴고 접고 해야 한다. 자연에 도전한다는 점은 높은 산을 정복하는 등산, 파도를 읽어 타고 넘는 서핑과도 유사하다.
이렇게 보니 나는 정복 중독인가 보다. 남 들이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해내는 것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 어릴 땐 그래서 놀이터 가장 높은 곳을 찾아 뛰어내리곤 했다.
요트나 보트나 교통수단으로 인정되고, 따라서 운전면허증과 같이 면허가 필요하다. 발급도 해양경찰청에서 진행한다. 그러고 보니 적성시험 유효기간도 있어, 내 면허는 잠시 정지상태다. 시간 내어 안전교육을 들으면 다시 살아난다. 면허 따는 법도 자동차와 유사하다. 60점을 넘어야 하는 필기시험이 있고, 그 이후 기능시험이 있다. 아직 물에는 복잡한 트래픽이 없어 도로주행은 따로 시험보지 않는다. 보트와 요트의 차이라면 요트는 선원들이 필요하고, 따라서 단순히 조종만 잘한다고 끝나지 않고, 선원들을 통솔하는 팀워크에 대한 시험도 함께한다. 시험장에 가면 생각보다 요트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친구가 없다고 혼자 조종해야 할 걱정은 안 해도 좋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한강이나 경기도 화성에서 교육을 받으며 시험을 칠 수 있다.
요트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일단 우리가 생각하는 뗏목도 요트로 구분한다. 보통 혼자서 탈 수 있는 요트는 딩기요트라고 한다. 쉽게는 카약에 돛을 단 형태라고 보면 된다. 윈드서핑 보드에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하자. 스포츠 형태의 요트는 딩기로 보면 된다. 윈드서핑으로 생각하면 매우 초라하지만, 영화 365일을 보면 초호화 보트에서 1인용 요트가 나와 주인공이 바다를 날아가듯 경주를 하는데 결코 싸구려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생계형에 가까운 요트는 크루즈 요트다. 선실이 있어 하루 이상 항해가 가능한 요트로, 크기에 따라 혼자서 또는 팀원이 필요하다. 뒤에 모터가 달려있기도 한데, 100마력 이하로 주로 연안 부두에서 정박을 하기 위해 쓰인다. 대항해시대의 범선들도 크루즈 요트로 본다. 드넓은 바다에 돛을 펴고, 그 아래 그물 같은 갑판에 누워있는 멋들어진 항해 이미지도 간혹 티비를 통해 보게 된다. 카타마란이란 형태로 두 개의 배가 그물로 연결된 요트다. 안정성이 좋고, 이쁘지만, 비싸다.
파쏘란 사이트가 있다. 배를 위한 엔카라고 할까? 다양한 배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좋다. 심지어는 3~400짜리 요트도 있다.
차도 엔진이 크면 비싼 것처럼, 배들도 엔진이 클수록 비싸다. 엔진이 올라간 고무보트가, 선실이 있는 요트보다 비싼 경우도 부지기수다.
요트를 사야 하나 차를 사야 하나 항상 고민이 된다. 마통에 숫자 하나만 더 올려도 요트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사기 쉽지만 왜 사는 사람이 없을까? 요트를 달고 다니려면 견인력이 좋은 차가 필요하다. 작은 배라도 최소 차대가 튼튼한 렉스턴급 SUV는 있어야 한다. 요트를 정박 또는 육상에 계류해 놓으려면 땅이 있어야 한다. 물 위로 넣고 빼기 위한 견인장비도 물론 있어야 한다. 그뿐인가? 물 안에 있으면 따개비가 붙어 떼야하고, 페인트 칠도 다시 해야 하고,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태풍도 불고 눈과 비도 많이 온다. 그렇다 보니 요트의 배가 되는 비용이 유지비로 사용된다. 오죽하면 항구에 방치되어 버려지는 요트들도 있을까.
결국 꿈이 커져버렸다. 요트를 사기 위해 부대시설이 필요하고, 부대시설이 있는 항구를 찾다 보니 비치 클럽이라는 구상까지 하게 되었다. 따듯한 햇볕 아래 태닝을 하며 모히또를 먹다가 요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가 바람을 쐬고, 깊은 물로 다이빙하며 물고기들과 친구가 된다. 이 모든 걸 서울에서 3시간 거리인 동해에서 하면 얼마나 멋질까?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관심 있는 투자자가 있다면 연락 바란다. 같이 요트에 대한 큰 꿈을 꿔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