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감정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뚜렷하게 내색하지 않는다. 어린 날에는 기쁘면 목젖이 보이도록 웃고 울고 싶을 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면, 이제는 대부분의 감정을 삼켜내는 편이 되어가는 것 같다.
하루빨리 철이 들고 싶고,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은 조금은 가벼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때에 따라 가볍게 살고 싶지만 역시나 쉽지 않다.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 학창 시절을 같이 한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날 때면 최근에 이렇게 웃어본 적이 언제일까 싶을 정도로 웃고 오곤 한다. 그들도 사회에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페르소나를 쓰고 있겠지만 추억을 공유한 사이 앞에서는 허물없이 가면을 벗어버린다. 어린아이처럼 신난 이들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희미해져 가는 감정들에 잠시나마 생기가 돈다. 온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나에게 너무 딱딱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며 일러주는 듯싶다.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고민은 이어지고 깊어지겠지만 그런 고민으로 뭉뚱그려진 나의 모습 또한 드러낼 수 있는 이들이 있기에 다행이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