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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빈 Feb 02. 2024

가치 있는 소비

우리의 삶과 소비는 떼어놓을 수 없다. 소비 수준의 차이가 있을 순 있어도 소비하지 않으며 살아가기는 힘들다.


소비는 개인의 취향이 온전히 담긴 행위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누군가 한심한 소비를 한다고 한들 그것이 옳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소비를 바라보는 개인의 관점이 다를 뿐이다.


나도 살아오며 수많은 소비를 해왔고 어떤 소비는 무척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반면, 어떤 소비는 두고두고 후회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껏 해온 소비 중 가치 있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이를 통해 나 또한 가치 있는 소비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점차 확립해 나가는 단계를 밟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바로 경험을 사는 소비이다.  


경험을 산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다. 경험이라는 것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새롭게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나에게는 경험이며 내가 했던 일들을 반복해서 하며 경험을 축적할 수도 있다.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경험을 사는 소비는 다름 아닌 책과 여행이다.


우선 책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어릴 적부터 나는 책을 좋아했다.


시작은 대부분이 그렇듯 만화책이었다.


어머니가 집에 사다두신 만화로 된 목민심서,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글로 된 책에 익숙해졌고, 성인이 되어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은 분야마다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소설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인물의 일생이 담겨 있다. 나와 다른 성격, 직업, 외모, 나이, 성별을 가진 등장인물에 몰입하며 간접적으로 삶을 체험하다 보면 생각이나 경험의 폭이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고전이나 철학책도 선호하는데 데카르트, 쇼펜하우어, 밀을 가장 좋아한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들의 생각이나 주장이 통용되는 것을 보면 그들의 성찰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다.


세계적인 철학자들의 생각이 담긴 기록들이 남겨져 지금까지 이어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또한 유명한 석학들의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 그들의 일생이 담겨 있다.


그들의 인생의 전부 또는 큰 부분을 투자하고 나서야 얻은 소중한 깨달음들을 우리는 단 몇 시간만을 투자하면 얻을 수 있다.


다른 이들의 경험을 체험하고 얻는 것에 있어서 질로 보나 소비되는 시간으로 보나 책은 가장 훌륭한 수단 중 하나이다.


경험을 사는 또 다른 방법은 여행이다. 책이 간접적으로 경험을 사는 수단이라면 여행은 오감으로 느끼며 경험을 살 수 있는 수단이다.


여행은 선택지가 참 많다. 크게는 국내 여행, 해외여행으로 나눌 수 있지만 그 안에서도 패키지 투어, 자유 여행, 캠핑, 배낭여행 등 방법에 따라 할 수 있는 경험이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게 된다.


어떤 여행이든 상관이 없다. 그저 일상을 벗어나 평소와 다른 경험을 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여행을 갈 때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를 보고 느끼면서 새롭게 느끼는 것이 많았다. 이국적인 풍경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더불어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관광객들을 대하는 태도나 일상생활을 보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다양한 느낌들이 한 번에 전해져 온다.


반대로 우리나라에 관광을 온 관광객들이 본 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확실한 것은 나이가 들어가며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질수록 훌쩍 떠나버리는 여행이 어렵기에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말고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두 번째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간을 사는 소비이다.


즉, 내가 배우고자 하거나 알고 싶은 것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나 미리 앞서간 이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노하우나 강의를 얻는 형식이다.


이러한 소비는 과거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인터넷이나 SNS와 같이 검색 몇 번이면 쉽게 전문가를 찾고 강의를 볼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과거에는 전화 또는 직접 수소문하여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SNS로 접근성이 더해지자 거래가 점차 활발해졌다.


현재에는 어릴 적부터 이를 체험하는데 바로 학생들이 듣는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가 그것이다. 흔히 말하는 ‘1타 강사’의 강의를 비싼 돈을 지불하며 들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과서와 많은 참고서, 문제집에도 나와 있는 내용들을 그들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스스로 공부했을 때 부딪히게 될 많은 시행착오와 궁금증들, 그리고 이론과 응용의 연결과 같이 시간이 많이 할애되는 부분들을 대폭으로 줄여준다.


성인이 되면 많은 이들이 재테크, 언어, 직무 관련 지식과 같이 각기 다른 흥미가 가는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의 강의나 노하우 교재 등을 거리낌 없이 구매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모두에게 시간은 공평하지만,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내가 그것을 터득하는 데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면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이다.


관심 있는 분야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소비를 해오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우선 시간을 사는 소비는 어떠한 결과물을 얻을 때 나를 도와주는 보조 수단이지, 결코 이것이 주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정도의 길을 벗어나는 것이 없듯, 스스로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익혀보는 시간이 없으면 결국 얼마 가지 못해 무너지기 마련이다.


즉, 아무리 그들의 노하우가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나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이다. 나만의 방식으로, 방법으로 체득하지 않으면 휘발성이 무척이나 강하다.


또한 세상에는 절실하고 간절한 사람들을 이용하여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든 초심자 때에는 좋은 노하우, 좋은 강의와 그렇지 못한 것들을 구분해 내기 어렵다.


이름만 번지르르한 강의와 노하우라는 것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여러 사이트에 판매되고 있다.


당연하게도 가격이 높다고 해서 그것이 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해당 분야의 지식을 가장 빠르게 습득하게 도와주는 것도 아니다.


조금만 찾아보면 유튜브나 여러 블로그 등 무료로 해당 분야의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할 방법들이 상당히 많다.


차근차근 기초를 쌓다 보면 어떤 부분이 더욱 중요한지 스스로 알 수 있고 그때 고민해 보며 돈을 지불하고 강의나 전자책, 노하우 등을 구매해도 늦지 않다.





끝으로


누구나 적은 시간을 들이고 훌륭한 결과를 얻길 바란다.


얕은 연못은 넓고 깊은 호수보다 밑바닥이 빨리 드러나기 마련이다.


당장의 하루하루보다는 좀 더 먼 시간을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


조급하지 않지만 바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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