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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이 Jan 01. 2024

1주 1독. 습관 지속의 어려움과 독서의 즐거움

행동이나 생각 자체가 느긋하고 느린 편이라 이전엔 책 역시 오래 읽었는데(만화책조차) 책 1권을 너무 오래 붙들고 있다 보면 다 읽었을 때 앞부분 내용을 까먹어버리는 사태도 발생하곤 했었다.

2년 가까이 어떤 일이 있어도 기를 쓰고 일주일 1권 읽기를 했음에도 몇 번 안 좋은 일을 계기로, 휴가라고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며 한번, 두 번 약속을 저버리다 보니 어느새 다시 예전으로 돌아와 버렸다. 다른 다독가들은 하루에도 1권씩 뚝딱뚝딱 잘만 읽던데.



한번 습관을 만들려 할 때 습관이 일상(때 되면 밥 먹고 아침에 칫솔질하고 하듯이)이 될 때까지 지속하려고 노력하는데, 일상 자체를 고착화시키는 덴 생각보다 상당히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때 되면 밥 먹고-이건 생존본능이니 이런 것과 비교는 안될지라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틈틈이 책을 보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지속하려는 매일의 일과 중 하나는 하루 1페이지라도 읽으려는 노력. 투자습관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하루 기사 1개 이상 읽거나,, 정신이 피폐해서 그마저도 힘든 상황에서는 어떤 글이라도 1줄이라도 읽자-로 낮춰지기도 한다.



습관의 키포인트는 지속성, 꾸준함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매일매일 하찮을 정도의 성실함이라도 발휘하려는 노력을 지속한다. 어느새 그만뒀다면 또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고.



중학생 시절부터 결혼 초반까지 꽤 오랫동안 조울증을 앓으면서 갈수록 그 파동이 크고 길어지는 현상 때문에 신혼시절 초반 3년을 너무 힘들게 보냈는데 그 이후 살기 위한 방편으로 매일매일 아주 작은 칭찬거리를 찾아 스스로 칭찬하는 습관이 생겼다.(살기 위한 습관은 오래 유지되기도 한다) 우울증이 한없이 깊어질 땐 뭐가 어떻게 돼도 상관없고 그냥 서서 설거지하는 것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처리할 만큼 몸을 못 다룰 때가 있었다. 그런 시기를 어찌어찌 버텨내고 조금 털어 일어날 수 있을 때면 매일 칭찬거리 3가지, 반성할 거리 3가지를 적으며 나를 응원하고 북돋았다. 오늘은 미루지 않고 아침에 설거지를 했어. 오늘은 드디어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어. 밖에 나가 장을 봐왔어. 서랍 1곳을 정리했어. 옥상에 올라가서 바람을 쐬었어..




몇십 년간 관성대로 살던 사람의 행동과 생각, 마음 상태가 몇 달, 1-2년 만에 완전히 바뀌는 게 말이 되나. 계곡의 물줄기를 바꾸는 것과 같은데. 10년 살았던 상태를 바꾸려면 적어도 절반인 5년 이상 노력해야 하고, 20년간의 삶을 바꾸려면 10년은 공을 들여야 삶의 물줄기가 바뀌어 자리 잡을 수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도 있지 않나. 관성이란 무섭다. 원래 하던 데로, 몸과 마음이 익숙하고 편한 대로 끊임없이 되돌아가려는 모든 본능을 이겨내야 하는 일이다.

습관을 만드는 건 그 정도로 대단한 일이고 그렇게 일군 습관을 일상으로 고착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든 결국 원하는 바를 쟁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매일 참고용으로 읽고 학습해야 할 블로그 글, 사건 서류, 글쓰기 자료에 치이고 새 글을 써야 해서 일 끝나면 윙윙거리는 머리를 쉬어줘야 한다. 읽고 싶은 기업 보고서와 킵해둔 심층 뉴스, 뉴스레터가 쌓여가고 읽고 싶은 책은 늘어나건만 밤에 기사 몇 개 보고 책을 잡고 나면 금세 1-2시가 훌쩍 넘어버린다. 아무리 읽어도 글 읽는 속도만큼은 충분히 빨라지지 않아서 스스로도 가끔 답답할 지경.(그렇다고 성향상 속독법까지 익혀가며 읽고 싶진 않은 게 솔직한 심정)



책을 읽으며 가장 좋은 점은 세계 각지의 전문가, 구루들, 수십 년 전 살다간 이들의 지혜와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내 맘대로 내가 편한 시간에 맘껏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주변엔 한 분야 전문가도 찾기 힘들지만 도서관엔 모든 분야 전문가들이 상시 대기 중. 지식 백화점. 지식 뷔페.


전 세계, 전 세대 학자, 예술가, 작가를 망라한 현인과 기인들의 생각 집합체가 모여있다.

깊고 넓게 내 편협함, 생각, 정신을 확장시키고, 세상의 다채롭고 컬러풀한 지적 깨달음을 만나는 즐거움을 준다. 독서의 정적인 행위들이 쌓이다 보면 그렇게 변하더라. 내 말과 생각이.


작년 말부터 글쓰기를 시작하고 매일 책읽는 습관이 또 밀려버렸다. 

언제나 그렇듯이 또 다시 시작. 일주일에 책 1권읽기. 글쓰기보다 글읽기야말로 놓치지 않고 살고싶다.

올해도 열심히 읽어야지. 다양한 책들의 도움으로 죽을때까지 마음의 품을 최대한 넓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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