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태생이 나태한 인간이다. 그래서 관심 있는 무언가가 아니면 금방 싫증을 낸다. 만약 그게 하기 싫은 거라면 시작하는 것조차 꺼린다. 좋은 성격은 아니라고 본다. 금방 질린다는 건 끈기가 약하다는 뜻이고, 그건 다시 말해 필요한 일이더라도 자연스럽게 기피하게 된다는 뜻이니. 살면서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병행해야 될 때가 있다. 그리고 의외로 그런 순간들은 계속해서 찾아온다. 끝도 없이. 처음엔 피해도 괜찮다. 리스크가 약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다.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회피하다 보면 그건 습관이 된다. 그러면 해야 될 때 할 수 없다. 왜? 계속해서 피하는 습관을 들여놨기에 정작 중요한 순간이 와도 본능처럼 피하게 될 테니까. 그래서 처음이 중요하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래서 나는 뭔가를 할 때마다 항상 이유를 찾았다.
목표.
그게 없으면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지 않는다.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막상 앞으로 한 걸음 떼는 것조차 무서워하는 것이다.
그러한 고민은 결국 인생이라는 거대한 장르에 마저 파고들었다.
열심히 살아갈 이유는 무엇인가. 왜 그래야 하지? 어차피 죽으면 사라질 육신. 그 끝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다.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갈 수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데리고 갈 수도 없다. 죽음은 그 자체로 끝이다.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지옥과 천국. 혹은 또 다른 무언가가 존재할 거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상상력에 기반한 가상의 세계일 뿐이다.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밝히지 못했다. 왜?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니. 잠깐 가사 상태에 빠졌다가 돌아온 이들조차 그게 진실이라는 걸 증명하진 못했다. 그조차 인간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환상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물론 그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할 방법은 없다. 다만 내 이성적 사고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그게 가능할 리가 없기에.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후세계가 존재했으면 좋겠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죽음은 너무나도 큰 벽이다. 기껏 열심히 살아보려고 해도 언젠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의욕이 팍팍 떨어진다.
하지만 만약 지금의 삶 이후에 뭔가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 세계가 지금의 삶과 연결이 되어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조금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듯하다. 지금 내게 주어진 삶이 끝이 아닌, 지나가는 과정 중 하나라는 얘기가 되니까. 이를 테면 그런 것도 존재했으면 좋겠다. 이번 생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따라 사후세계의 삶이 달라지는 시스템이 있는 거지.
이번 생의 범죄자는 지옥이 그러하듯 끔찍한 벌을 받게 되고,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어 올바른 삶을 살았다면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는 거다.
간단하게 말하면 천국과 지옥이다.
만약 그런 세계가 존재한다면 지금의 삶을 조금 더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