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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Mar 24. 2021

C급 영화 어떠세요?

영화 「인천스텔라」


[C 영화]


B급 영화도 아닌, C급 영화를 스스로 찾아본 적이 있던가, 잠시 생각해 본다. 최근에 본 「차인표」 정도가 떠오를 뿐 기억나는 영화가 없다. A급 영화를 대체로 좋아하고 B급 영화도 가끔 보는 터라 C급 영화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백승기 감독 작품도 처음이다.


색안경을 쓰고, 편견을 가진 채 이런 영화들을 대해왔음을 고백하며, 사실 이 영화 「인천스텔라」에 대한 기대도 전혀 없었다는 것을 밝힌다. 어쩌다 ASA 온라인 행동 대원(영화 「인터스텔라」의 홍보대사)이 되었는가까지 묻는다면, 그것 또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말하겠다. 단순히 '재밌을 것 같아서' 신청했고, 대원으로 선정되었고, 활동을 하다가, 프라이빗 시사회에 초대되어 영화를 보고 미니 GV까지 본 지금,


나는 이 영화를 응원한다.



작정하고 만든 C급이라는 것을 알지만 포용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있었기에 편견을 없애준 「인천스텔라」에 감사를 표한다. 물론 앞으로 접하게 될 모든 C급 영화들을 재밌거나 훌륭하다 평할 수는 없을 테지만, 적어도 덮어두고 평가하지는 않게 되었다. 더불어 다양성 영화를 위해 수익과 관계없이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대단함을 느낀다. '꿈'이라는 것 혹은 '신념'이라는 것을 지켜 나가는 삶이란 얼마나 존경받아 마땅한 일인가.


그런 그들이 만들고, 'C급 영화'라 홍보하는 이 영화는 대체 무엇일까.



[로맨틱 우주 활극]


- 로맨틱 : 로맨틱한, 애정을 표현하는, 낭만적인

- 우주 : 무한한 시간과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끝없는 공간의 총체

- 활극 : 싸움, 도망, 모험 따위를 주로 하여 연출한 영화나 연극


어색하게 묶여 있는 세 단어의 조합은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난 후 이해할 수 있다. 진정으로 로맨틱함, 우주, 그리고 목숨을 건 활극을 모두 담고 있으며, 부모 자식 간의 사랑까지 더했다. 풍성한 볼거리와 납득 가능한 CG, 피식피식 웃음을 새어 나오게 만드는 개그들과 센스 넘치는 대사들을 통해 로맨스가 담겨 있는 우주에서 펼쳐지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목숨을 건 활극을 보여 준다.


감독과 배우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그들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눈물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동시에 당황할 것이다, C급 영화가 날 울리다니?! 이런 진정성 느껴지는 연기라니?!).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에 울고 웃으며 동화되다 결국에는 이 활극의 주인공은 결국 우리들 모두라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될 것이다.



[의외성]


영화를 보는 내내 '의외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의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C급 영화에 거는 기대가 낮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분명 있지만, 생각지 못했던 여러 부분에서 놀람과 충격을 동시에 느꼈기 때문이다.



각본.


제목에서도   있듯이  영화는 「인터스텔라」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한 영화기 때문에 「인터스텔라」의 설정과 스토리를 많이 엿볼  있으며, 한국식으로, 그리고 C급으로 재해석한 설정들과 대사들이  재미있다.


무엇보다 훌륭한 각본이 모든 요소들을 탄탄하게 뒷받침하여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영화 후반부에 그동안 가볍게 여기거나 눈치채지 못했던 것들이 연결되어 하나가 되는 지점을 눈치챈다면 각본의 완성도에 저절로 감탄하게  것이다. 하찮아 보였던 것들이 사실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상징물이었고, 어설퍼 보이는 것들이 참신한 설정으로 다가오며, 엉성한  보이던 것들이 사실은 꼼꼼히  넣은 디테일이었음을 눈치챌  있다.


C급 영화의 S급 각본이다.



CG.


모두들 기대 반 걱정 반하고 있을 CG는 어떠할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이나 묘사를 하지 못하겠지만, 의외였다. 물론 거액을 들인 기술이 아님을 명확히 알 수 있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다. 영화의 제작 의도와 부합하는 컴퓨터 그래픽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CG 작업을 하게 되어 신이 난 백승기 감독님의 인터뷰를 읽고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 한국 SF의 새 역사를 썼다며 추켜올려진 영화 「승리호」의 자본과 기술을 「인천스텔라」가 가졌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본다.




[GV]


영화 「인천스텔라」의 꽃은 GV(Geust Visit;영화 시작 전이나 후, 영화 관계자가 참석해 영화에 대해 관객과 대화하는 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영화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재미를 두 배로 느끼기 위해서는 GV에 참석해야 한다.


백승기 감독님은 인사말부터 남다르다. 특유의 재치와 센스를 발휘하여 순식간에 관객을 감독 편으로 만들고,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전환시킨다. 관객들이 웃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프로페셔널한 태도로 일관한다. 감독님을 만나고 대화를 해보니, 이런 영화들을 찍고 있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백승기 감독의 페르소나를 거쳐 페로몬, 이제는 페브리즈가 된 손이용 배우의 매력 또한 철철 넘친다. 감독님의 말을 지지하고 첨삭하며 페브리즈 역할을 해내는데, 듬직하면서도 재밌다 (특히 감독님 말에 웃음을 참기 위해 노력하는 표정이 가장 큰 관전 포인트).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손이용 배우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이 아직 신인이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GV 등의 경험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긴장하고 민망하여 관객과 거리가 느껴지는 배우들의 모습은 재치 넘치는 감독님과 더욱 비교되어 안타까웠다. 앞두고 있는 릴레이 GV를 거치면, 점차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말도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 본다.



3월 25일 개봉하는 「인천스텔라」, 속는 셈 치고 한 번쯤 관람해보시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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