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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작가 Oct 08. 2020

나의 심리상담 도전기_프롤로그


나의 심리상담 도전의 역사는 꽤 긴 편이다.

물론 나보다 더 오랜 세월 심리상담을 받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꽤 긴 시간 동안 상담을 받으면서 겪었던 나의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싶다. 하나 미리 말해두자면 나의 심리상담 도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상담을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됐는데 5년을 꽉 채워 상담을 받은 것은 아니다. 중간에 상담을 쉬기도 하고 다른 상담센터로 여러 번 옮기기도 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춰있는 상태지만 내 의지로 멈춘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내가 심리상담이란 단어 뒤에 '도전'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붙인 이유는 심리상담을 받기 위해 첫발을 내딛을 때,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단 심리상담을 받으러 가기 위해서 나는, 나의 심리와 정서가 불안하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그때까지 나의 불안을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고 최소한 의심했다. '왜 이렇게 불안하지? 혹시 나의 마음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하는 의심 말이다. 내가 나를 의심한다는 것은 비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용기 있는 일이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관찰할 수 있다는 얘기니까. 이런 의심조차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은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를 의심하는 용기에서 출발하여 '나의 심리상담 도전기'는 시작되었다.






때는 2015년 겨울, 대학교 3학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학과 지도 교수님과의 면담 일정이 잡혀서 교수님이 계신 오피스에 찾아가야 하는 날이었다. 딱히 무슨 일이 있어서 하는 면담은 아니었고 지도 교수님의 호출을 받아 모든 지도 학생이 차례로 오피스를 방문하는, 그런, 의례적인 절차의 면담이었다. 하지만 그 의례적인 절차가 나에겐 무언가를 털어놓고 싶은 동기이자 기회가 되었고, 결국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나는, 내가 복학한 이후부터 심각한 발표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말았다.


사실 당시에 나는 발표가 아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필요 이상으로 긴장을 했다. 때문에 다음 학기에 있을 교생실습을 걱정하고 있었다. 사범대 학생인데 발표하는 것이 두렵다니 실제 교육 현장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교생실습을 앞두고 참으로 막막하고 답답한 심정이었다. 그 말을 듣고 교수님께서는 '나도 교수생활을 하면서 그런 경험을 한 적 있다.'며 내게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위로를 해 주셨다. 그리고는 현실적인 대책을 제안해주셨는데 대학교 내의 학생회관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내게 소개해 주신 것이었다.


그 후로부터 몇 주 동안 나는 내적으로 갈등했다. '찾아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발표는 누구나 다 떨리는 건데 내가 너무 오버해서 찾아가는 것 아닐까?', '괜히 가봤자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힘을 내세요! 파이팅! 따위의 얘기만 듣고 나오는 거 아냐?' 하는 생각까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몇 주 동안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결국 용기를 내어 결심을 했고, 학생회관 무료 심리상담소에 발길을 들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떻게 오셨어요?' 하는 질문이 날아들었고 나는 '심리상담을 받고 싶어서요.'라고 무거운 입술을 떼며 대답했다. 그러자 그분은 '잠시 앉아 계세요.'하고 말씀하시더니 펜과 질문지를 갖다 주시면서 작성을 부탁했다.


인적사항을 적고 질문지를 살펴보니 '어떤 문제와 고민으로 이곳을 찾아왔는지, 상담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적는 칸이 있었다. 발표하거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불안하고, 그래서 몇 개월 뒤에 있을 교생실습이 걱정된다고 적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상담이 가능한 시간을 적었다. 아마도 상담사님과의 상담 일정을 잡는데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질문지를 제출하자 안내해주시는 분께서는 '며칠 기다리시면 상담 일정 문자나 전화가 갈 거예요.'하고 친절히 설명해주셨다. 나는 '네, 감사합니다'하고 짧게 대답한 뒤 상담소를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다. 씁쓸하면서도 앞으로가 기대가 됐달까. 한편으로는 상담소 문을 열고 나온 나를, 누군가 알아볼까 신경도 쓰였다. 당시엔 심리상담을 받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내가 연약한 사람,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두려웠다. 그 정도로 나는 사람들을 과도하게 의식했고 사람들의 평판에 민감했다. 물론 지금의 나는 누구나, 언제든 필요하다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상담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나를 포함하여 일부 사람들의 시선, 아니 어쩌면 다수의 시선은 곱지 못했던 것 같다.






며칠 뒤, 안내받은 대로 나의 상담을 담당하게 될 상담사님으로부터 상담 일정을 잡는 연락이 왔다. 주 1회 1시간의 상담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상담 시간을 잡았다. 그 순간, 나는 항해를 떠나기 위 준비 중이던 작은 조각배 위 나 자신을 태웠다고 생각한다. 부유하듯 흔들리며, 훗날 '나의 심리상담 도전기'라는 글이 쓰일지도 모른 채, 조각배는 천천히 항구를 떠나 항해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업로드 하기까지 제겐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다 지난 일이지만 아직 완전해지지 않은 제가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이 글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용기 내어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심리상담을 고민하고 있거나 두려워하는 분들께, 이 글과 앞으로 쓰여질 글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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