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세계는 원격 연결이다.
원격과 연결, 두 단어의 조합.
원격, 멀리 떨어짐.
연결, 서로 이어짐.
원격 연결, 멀리 떨어져 서로 이어짐.
낯설지만 조합했을 때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이 말은
무심하게도 이제 우리의, 당신의, 나의 일상이 되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이어질 수 있는 시대 속에 살면서도
나는 멀리 떨어져 서로 이어지는 느낌을 충실히 받지 못하고 있다.
메신저와 화면 속에 사람들은 온라인 상에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각자 존재하고 있다는 것 또한 너무나도 잘 인지하고 있다.
우리는 거리감이라는 감각의 실체를 거부할 수가 없다.
물리적 거리든 심리적 거리든 거리감은 우리를 연결에서 소외시키고 만다.
나의 온전한 존재, 즉 나의 신체를 포함한 존재의 모든 것이 타인과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인식하게 되면 우린 그저 따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를 외롭게 만든다.
때로는 원격 연결의 가능성을 연결 그 자체라고 혼동하기도 하는데, 그럴수록 외로움은 가중될 뿐이다. 무심코 메신저의 목록을 스크롤하다가 오랜 세월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던 사람이 목록에 보이면 그 사람에 대한 희미한 연결을 느낄 때가 있지 않는가?
최근 몇 년간 실제 주고받은 대화는 거의 없으면서도 몇 번의 손가락 터치에 다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그 사람과 내가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안다.
누구든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서로의 간격은 한치도 좁혀질 수 없다는 것을. 가능성이라는 것은 연결 그 자체가 아님을. 우리는 알지만 때론 쉽게 혼동한다.
그래서 나는 원격 연결만으로 살아가는게 싫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싫은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정확히는 연결의 가능성이라는 허상에 갇혀 매일을 살아가는 게 싫다.
눈에 보이는 얽매임이 기다란 선으로 내게 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