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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작가 Jun 18. 2021

자연은 반듯하지 않다

'자연에서는 반듯한 직선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반듯한 직선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온통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들 뿐이다.'

며칠 전 산책을 하다가 적어두었던 메모이다.

우리는 매일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완벽한 도형으로 이루어진 물건들과 건축물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매끈한 직선과 곡선미를 자랑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반듯하게 뻗어있는 전봇대, 블록처럼 솟아있는 아파트와 빌딩들. 그것들은 죄다 이상적인 반듯함, 완벽에 가까운 무엇을 나타낸다. 하지만 그러한 이상적인 완벽함, 편리함을 제공하는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가끔 이유모를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멀리서 바람에 출렁이는 나뭇가지의 흔들림은 완벽한 도형으로 나타낼 수 없지만 그 자체로 아름답다. 가까이 다가가서 나뭇가지 하나를 살펴보더라도 어느 하나 똑같은 나뭇가지가 없다. 구부러진 정도와 굵기, 가지의 색깔, 잎의 모양과 잎에 그어져 있는 잎맥까지 그 차이는 우리가 인식할 수 있을 만큼 모두 조금씩 다르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느끼는 이유모를 답답함은 반듯한 직선과 완벽한 도형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발생한 것이 아닐까? 물론 이건 어떠한 과학적, 실험적 근거도 없는 그냥 혼자 해보는 생각이다. 반듯한 도형 그 자체에 어떤 해로운 기운이 담겨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인간은 아주 오랜 세월 자연 속에서 살아왔기에 이렇게 반듯한 도형이 지천에 깔려있는 세계를 바라보면서 살아본 경험이 많지 않다는데서 이 생각이 출발했다.

인간은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있을 때 단지 그 반대편을 추구하며 균형을 맞추는 것일지도. 그래서 자연 속에서 살아가던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은 지금과는 반대로 자연에서 찾기 힘든 완벽한 직선과 도형들을 상상하며 이데아를 동경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결국 고리타분해 보일지도 모를 '정반합', '중용' 같은 것이 삶의 지혜인 것인가. 정답은 하나가 아니겠지만 단순함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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