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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쟈스민 Aug 07. 2019

덕 있는 세상을 꿈꾸다

아무리 뜯어봐도 그놈의 덕이 보이지 않는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현 시대에서 점차 사라지는 것의 대표적인 것이 느림과 덕인 것 같다. 누군가를 앞서야 살 수 있는 세상의 각박함이 여유로움과 연이 닿아있는 것들을 몰아내고 있다.   

   

세수를 하고 얼굴을 닦다가 무심코 내 얼굴을 살핀다. 거울을 보면서 요모조모 뜯어본다. 자신의 얼굴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맘에 들지 않지만 타고난 모양새를 어쩌지는 못한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정말 맘에 안 들거나 말하는 품이 곱지 않을 때 잘 쓰는 말이 있다.    

  - 덕이라곤 없어. 

나는 덕이 있게 생겼을까. 아무리 뜯어봐도 그놈의 덕이 보이지 않는다. 

근래에 특히 느끼는 건데 나이든 사람들한테서 덕을 찾기가 더 힘들다. 나이 먹으면서 이해심 많고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처럼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자기 말만 큰소리로 외쳐댄다. 이런저런 모임에 가면 그 사실이 정말 심각하게 느껴진다. 어떤 모임은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몇 번을 그만두려고 한 적이 있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곰곰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수더분한 사람이 한사람도 안보였기 때문이었다. 다 드센 편이어서 말 빨이 하늘로 솟았다. 드센 사람들의 모임은 나오고 싶은데 그 인연이란 게 무엇인지 쉽게 무 자르듯이 자를 수도 없고 그냥 마음을 바꿔서 생각하기로 했다. 단점을 보지 말고 한사람씩 장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잘난 것이 별로 없는 나도 마찬가지니...   


덕이 있는 사람이 나도 아니고 남도 아닌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서글퍼진다. 작은 포스트잇에 德자를 써서 모니터 옆에 붙였다. 몸과 마음에 덕을 쌓아야 하는 나이에 덕은 안 쌓이고 좁은 소견에 섭섭한 마음만 생길까 걱정이다. 또 덕은 세상과도 멀어지는 느낌이다. 덕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말도 옛말이 되어버렸고 어떤 정치가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덕이 머무는 세상은 태평성대에서나 어울리고 경쟁사회인 현실하고는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지하철을 자주 탄다. 경로석이 노인석이 된지 오래다. 우리 애들 말로는 어린이도 앉을 수 없는 무서운 곳이란다. 그곳도 예외는 아닌가보다. 

조심스럽게 앞에 앉은 사람들을 슬쩍 본다. 누가 덕이 있게 생겼을까하고 궁금하지만 모두가 휴대폰 속에 있고 나 또한 졸거나 그렇게 된다. 겉과 속은 다를 수 있지만 관상도 있지 않던가. 인상 볼 줄은 모르지만 덕 있어 보이는 사람, 긍정적인 마인드, 마음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움을 만날까 하는 희망을 갖고 오늘도 살며시 지하철 앞자리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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