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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라타 아트 Jul 29. 2019

이제 서비스 런칭 6개월이
되었습니다.

/ 박대표

미술시장에 처음 기웃거린 것이 지난 2016년이었습니다. 그 전까진 두회사를 거치며 최악의 워라벨을 자랑하는 경영 컨설턴트 생활을 하고 있었죠. 저희 프로라타 아트의 김PM님을 만난 것도 이 시절이었습니다. 자정 전에 퇴근하면 너무 일찍 퇴근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던 그 생활을 5년 넘게 지속하니 무언가 다른 곳으로 떠나가고 싶었습니다. 특히 전략컨설팅업은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데 10-12주가 대부분이고 한 프로젝트 끝나면 반팔이 긴팔로, 또는 눈 밟으며 시작했다가 개나리 질 때 끝나는 그런 식이었죠. 정신없이 프로젝트 몇개를 끝내면 한해가 언제 갔는지도 모른 채 한 살 더 먹고 허무함은 커지고 그랬었습니다. 


그러던 중 갤러리 비즈니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가 갤러리에 판매를 맡기면 갤러리는 자기의 공간에 작품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작품의 판매가 성사되면 작품가의 무려 50%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었죠. 미술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해본 적도 없는 저에게는 마치 대단한 기회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얼마나 유동성 프리미엄(liquidity premium)이 붙었으면 수수료가 50%에나 달할까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 말이죠. 맨큐의 경제학 책을 본지 너무 오래되어 인지 그 지식은 어디로 씹어 먹고 그저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사업도 이렇게 콩깍지가 씌워집니다. 


저의 첫 미술사업 시도는 먼 베를린이었고 낯선 곳에서 유동성 프리미엄의 존재 이유를 온 몸으로 느끼며 길지 않은 시간을 지나 마무리 짓게 됩니다. 미술시장이 왜 어려운지, 여러 화랑들이 왜 힘들어하는지, 굳이 먼 타지에서 수업을 듣고 온 셈이 되었습니다. 마음은 쓰렸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유익한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독일에 있는 동안 즐겁기도 했고요. 


첫 미술 창업의 시도는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미술품에 대한 매력은 여전히 가슴속에 남아있었습니다. 미술품은 정말 특별한 자산입니다. 판화가 아닌 이상 모든 미술품은 세상 유일하죠. 또한 미술품은 모든 작품이 한정판입니다. 창작하는 주체가 사람이기에 그의 수명, 일신상의 사유, 스타일 변화 등에 따라 더 생산(?)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스페셜 에디션이면서 한정판인 것이죠. 


그리고 미술품은 다른 자산과 다르게 제조원가의 개념이 희미합니다. Rothko의 작품을 한번 볼까요. 


Mark Rothko, <Orange, Red, Yellow>, 1961. (마크 로스코 공식 홈페이지)


실제 캔버스와 물감값은 (아마도) 백만원이 넘지 않겠죠. 하지만 시장에서의 판매가는 900억원에 달합니다. 경매에서 한번에 900억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거금을 지불할 능력의 자산가가 단순히 누군가의 말에 혹해서 구매결정을 하진 않았겠죠. 나름의 가치평가 과정을 거쳤을 것이고 그 결과가 900억이라는 숫자로 나왔을 겁니다. 원가는 백만원인데 어떻게 900억이라는 숫자에 도달했을까 신기할 따름이죠. 이것이 미술품이 갖는 시대적 가치입니다.


쉽게 말하면 유명 스포츠선수의 홈런볼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한 10년 전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배리본즈의 756호 홈런볼이 약 7억원의 가격에 낙찰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야구공과 동일한 공인구에 아주 동일한 흠짓까지 만들어 판매를 한다면 과연 7억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겠죠. 즉, 배리본즈의 홈런볼이 그만한 가치에는 제조원가를 넘어선 시대적 가치가 묻어 있는 것입니다. 그 날, 그 경기에서 그 사람이 친 홈런볼이기에 원가 몇 천원의 수십만배 뛰어넘는 가치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미술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으로 볼때에는 초등학생이 낙서해놓은 것 같은 작품이나 벽에 캔스프레이를 뿌려놓은 작품이 수억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일이 그래서 발생하는 것이죠. 저정돈 유치원 다니는 우리 조카도 그리겠다, 현대미술은 거짓이다라고 폄하하기엔 실질적인 현상들이 너무도 큰 단위로 다가옵니다. 


(좌)Jean-Michel Basquiat, <untitled>. (pakocampo) /(우) Banksy, <The Shipwrecked Child>. (nydailynews)


미술시장만의 Valuation입니다. 이 방식이 이미 수백년간 지속되어 오고 있구요. 스포츠스타의 홈런볼은 특정 이벤트라는 명확한 근거가 있지만 미술은 작가의 삶, 활동경력, 작품스토리, 외부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워낙 많은 변수가 있으니 사람에 따라 그 가치의 범위가 달라지게 되고 바로 그 차이에서 미술품 투자시장이 형성되어집니다.


미술품 투자의 매력은 여기에 있습니다. 자기만의 투자철학을 세울 수가 있는 것이죠. 내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 곧 최고의 작품이고 투자처가 됩니다. 주식투자에 쓰이는 DCF나 EV/EBITDA 같은 정립된 계산방식도 없기 때문에 누구도 나의 투자방식에 토를 달 수 없습니다. 물론 작품의 수급 상황, 시장에서의 수요 전망을 조사하여 투자 결정에 반영할 수 있지만 사실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기가 너무도 어렵기에 결국 내가 느끼는 감정, 작가를 향한 나의 존경이 투자결정에 주를 이루게 되죠. 자본시장을 이성의 한 끝으로 본다면 미술시장은 감성의 극단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시장입니다.


하지만 극단이라는 것은 언제나 단점이 있습니다. 중립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극에서 조금 떨어지게 된다면 생겨나는 편의와 기회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희는 그 부분에 주목을 하고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수백년 간 이어져 온 현재의 시장을 단기간 내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세상 변화하는 속도를 보면 딱히 불가능해보이지도 않습니다. 곧 엉덩이 무거운 미술시장이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내딛는 광경을 보게 될 것입니다. 


1월 24일 George Condo 작품을 소개한 이후로 6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지나간 시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6개월은 얼마나 더 많은 변화들이 빠르게 다가올지 상상도 안됩니다. 퇴사할 때 나 자신에게 약속했던 워라벨 선물은 이미 달나라로 날아가버렸지만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 기분이 약간의 보상을 해주는 듯 합니다.


베이비 그루트의 측은한 눈빛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옆자리 김PM님이 화장실을 가서 한참 걸리시네요. 부디 소화가 잘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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