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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실섹시 Nov 26. 2023

운동 동기부여는 틀렸습니다.

왜 꼭, 굳이 운동이어야 합니까?

몇년전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근무하던 때, 주말 당직 중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퇴근 준비를 마치고 인포에 앉아있던 중, 어떤 젊은 분께서 센터로 들어 오셨다. 내 PT 회원의 지인으로 추천을 받아 PT 상담으로 들어오신 그 분께서는 22살이었고, 어려서부터 살집이 좀 있었다고 한다. (경도비만) 쉽게 질리는 편이라 어떤 운동을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해본 적은 없고, 본인의 전공 특성상 (음대) 어깨의 불편함과 이따금씩 요통이 있다고 했다. 자기 생각에는 그렇게 많이 먹는 것 같진 않은데 살이 계속 찐다며 호소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가다가 자기 친구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학교 동기 친구가 있는데, 단짝처럼 붙어 다니다가 어떤 계기로 사이가 소원해졌단다. 근데 그 친구가 3개월만에 무려 15kg를 넘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바디프로필을 찍었다고 한다. 그래서 과 내에 굉장한 관심을 받고 있어 자신도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최근 너무 체중이 많이 불어 자신감도 떨어져있고, 자존감 채우기에는 운동만한게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자기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열정에 가득찬 목소리로 어필했다.


목표는 바디프로필, 기간은 어느정도로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3개월이었다. 이미 바디프로필 스튜디오도 다 알아놓았으며 예약할 준비까지 해놓았고, 촬영하고 싶은 의상과 컨셉, 그리고 목표로 둔 워너비 바디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사진들을 보고 다시금 상담 회원님의 정보를 재취합 해보았고,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나는 단호하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자신이 진짜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어필하며 매일 PT를 하며 당장에 내일부터라도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겠다고 했다.


옥신각신 대화를 주고받다가 '차라리 그 돈으로 지방흡입을 받으시는게 더 확실하고 빠르게 결과에 도달하실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 3개월 안에 희망하시는 수준의 몸을 만들기는 불가능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표정이 굳은채 센터를 박차고 나가셨고, 그 이후로 센터에 컴플레인이 걸려 매니져님께 호되게 혼이났다. 나도 알고 있다. 상당히 부적절한 말이었다는 사실을.


그러나 지금까지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어느정도 운동으로 누적된 근력과 체력이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3개월만에 몸짱이 되는게 가능하다면 과연 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선포하였을까? 실제로 비만은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는 '질병'이다.


'내가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밖에 없다', '몸 만들기만큼 자존감에 좋은 것이 없다.'


예전의 찐따시절 사진을 가져다가 드라마틱하게 변한 자신들의 사진을 갖다 붙히고 영업하는 트레이너, 운동 유튜버, 운동 인플루언서, 등이 질리도록 반복하는 위의 워딩들이 나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절대로 내가 몸을 만들어 봤으니 남들이 나처럼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의대를 다니는 내 친구가 '내가 의대에 붙었으니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고 본다.

*나는 의대 친구가 없다. 그냥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밖에 없다고? 난 올해로 꾸준히 헬스장을 다닌지 8년차인데, 아직도 여전히 늘 매일 같은 마음으로 가기 싫고, 하기 싫다. 먹는걸 좋아하고 술 마시는걸 좋아해 다이어트 할때도 늘 식탐과 싸웠으며 다이어트가 끝나면 폭식을 해대서 며칠간 위장병으로 고생도 했다.


'몸 만들기만큼 자존감에 좋은 것은 없다'는 말에도 100% 동의할 수 없다. 물론 보기 좋은 신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이 된다. 그리고 나 또한 운동을 꾸준히 영위한 이후의 삶이 그 이전의 삶보다 훨씬 더 가치있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 또한 개인간 재능의 영역이라고 본다.

나는 어려서부터 몸에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었고, 어린 시절의 유학 생활에서 또래보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헬스를 접했다. 그렇게 헬스가 유행하기 전부터 아무것도 모른채로 시작하고 유지했던 헬스가 지금의 유행에 맞아 떨어진건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내 생각에 자존감을 채우는 핵심은 

'내가 타인들에 비해 어느정도 재능이 있는 것을 찾아내서,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도 어느정도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것을 얼마간 지속한 후에 가시적인 성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시적인 성과'의 부분에 있어서 운동만큼 확실한 것이 적기는 하나 분명한 것은 운동만이 그 전부가 되지는 않는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특히 뭔가 자신의 노력과 과정을 과도하게 어필하며 올려세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누구나 다 먹고 살기 위해 어느정도의 노력은 하고 산다. 어떤 결과가 엄청나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꼭 내 노력보다 더 크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각자가 잘 하는 것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잘, 성실히 지속하면 결과는 나온다. 


누군가에게 운동과 다이어트는 끔찍하게 어렵고 지속하기 힘든 마의 영역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운동과 다이어트를 강요하며 자존감을 들먹이는 것은 좀 심각하게 폭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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