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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실섹시 Jun 16. 2024

30대의 삶 - 17

우울증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

지난주 월요일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분실했다.

아니 도난당했다.


나는 헬스장을 운영한다.

업종 특성상 한 번씩 큰돈의 현금 매출이 발생을 하는데, 그것도 계좌이체가 아닌 실물권 지폐가 통용된다. 그렇게 발생된 매출금액은 보통은 바로 당일에 가지고 가거나, 늦어도 익일에는 수거하는데 2주 전 월요일에 발생된 매출을 무슨 생각인지 약 일주일가량을 서랍장에 넣어두고 방치했다.


집에 있는 사업자 통장의 체크카드를 센터로 가져와서 입금하고, 필요할 때마다 쓰려고 하는 것이 이유였고, 사실 '누가 그걸 가져가겠어' 싶은 생각이었도 컸다.

그리고 이번주 월요일에 돈이 분실된 것을 확인하고 넋이 나갔다.


CCTV부터 확인했는데 하필 돈을 넣어둔 곳이 사각지대여서 누가 뭘 했는지 확인이 안 되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실물 현금뭉치를 씨씨티비도 확인이 안 되는 사각지대에서 분실했고, 특별히 센터에 침입을 한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면 필히 내부자일 텐데 의심할만한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신고를 망설였다.


현실적으로 찾기 위한 실마리를 잡을만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아직 조사 중이고 진전은 알 수가 없다.


그날 저녁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저히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었고, 그런 정신으로 수업을 하는 것은 회원님들께도 누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필 도난당한 날 밤잠을 설쳐서 극도로 피곤하던 차에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달래고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울화가 치밀더니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멘탈이 나가버렸다.


간신히 폭주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집에다 차를 대놓고 노트북을 들고 집 근처 카페로 들어가 미친 듯이 일을 했다. 최대한 집중하기 쉬운 단순한 노동들 위주로 몰입을 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최근을 돌아보았다.


- 지난 몇 달간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사업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하루 만에 모두 살아내야 하는 것인데 세 가지는커녕 일주일 전의 하루도 제대로 못 살아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 돈까지 분실하고 폭주하는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했던 생각이 '그까짓 푼돈 벌면 되지'였다.

- 뒤이어 든 생각이 '너는 꼭 미래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을 잘 지켜내지는 못하는구나'였다.

- 내 속에서 여러 생각들이 옥신각신하니 또 스트레스가 누적되었다.

-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또 스트레스를 받았다.

- 어떻게든 요동치는 감정을 정돈하고 싶은데 쉽지 않았다.

- 나 스스로가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또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매일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제대로 정돈하지 않은 상태로 하루하루 버티며 견뎌만 내다가 아무것도 아닌 일에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인생을 뒤흔들 만큼의 큰 일도 아닌 일에) 무너져버렸다.


지난 몇 달 아니 몇 년을 돌아보면 스트레스 관리 차원에서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일에 치여 살다가 집에 와서 씻고 밥 먹고 내일을 챙기다 보면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웃기는 건 나는 매일 운동, 일기, 명상, 그리고 독서를 한다. 왜냐하면 성공하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이니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관리 차원에서 나를 위한 성스러운 행위가 아닌, 단순히 해야만 하는 일로 인식되니 되려 스트레스가 쌓였다. 나는 본질보다 실행에 의미를 두고 자위를 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 혹은 본질이 투명한 행위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했더니 떠오른 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무리를 만나서 술 마시기였다. 이유를 뜯어보니 나는 나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시간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내가 사회생활을 통해 빚어놓은 나의 형태로 나를 봐주는 사람들과 존재를 마비시킬 수 있는 알코올을 채택하고 있었다. 기가 찼다. 34살이나 쳐 먹어놓고 좋아하는 일과 스스로 마비시키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러나 나는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고자 한다.

34살의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를 위한 행위는 무엇인지.

스스로 마비시키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대이다. 그러니 그 끝에 맞닥뜨린 스스로가 너무 형편이 없다.

본질과 대면하며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법을 연습하자. 34살의 잠실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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