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바디 이야기
우리 바디의 이름은 Billy 빌리였다. 등록 서류에 빌리라고 적혀 있는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을 바꿔도 되냐고 물으니 동물 보호소에서는 언제든지 가능하고 개의 이름을 바꿀 때는 끝 소리가 비슷하게 만들면 더 쉽게 개들이 받아들인다고 알려주었다.
집에 데려오니 아들의 반응도 역시나 나와 같이 마음이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라고 말하고 동물보호소에서 들은 조언도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서 빌리에서 Buddy, 아들의 친구의 뜻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아들을 위해 데려온 강아지였고 그래서 아들이 강아지 주인이 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집에 온 바디는 하루가 다르게 아들보다 엄마인 나를 더 좋아하며 마마보이로 변해 잠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들이 혼자 산책을 데리고 나가도 3살까지는 절대 따라가지 않았고 억지로 안아 들고 집 밖에서 내려놓아도 걸어도 바디는 집으로 향해 끌며 돌아왔다. 이래서 아들에게 섭섭함을 안겨 주었지만, 아들은 바디가 자기처럼 마마보이가 된 것을 보니 우리 집 식구가 맞다며 좋아했다.
마마보이가 된 바디였지만 여전히 아들이 주인이길 바라며 바디의 교육은 아들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아들은 바디를 개답게 키우고 싶다며 옷을 사서 입히거나 개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재주를 간식으로 가르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동의했다.
아들 등하교 때는 바디를 항상 데리고 다니며 차에 타는 습관을 들였고 그러면서 아들의 학교 근처 보타니가든을 매일 두 번씩 들러 바디를 산책시켰다. 그러면서 나도 매일 산책하는 습관이 그때부터 들었다.
차에 태우고 나가기 전에 바디에게 발코니 하수구 근처에서 ‘go wee wee, 오줌 눠’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몇 번 가르치니 바디를 곧잘 알아들었고 데리고 나갈 때는 항상 ‘go wee’를 먼저 말해주면 바디는 나간다는 것을 알아듣고 신나게 혼자 발코니로 달려 나가 볼일을 보고 들어왔다.
그러나 나에 대한 애정이 넘치면서 바디의 분리불안증세가 점점 심해졌고 내가 외출할 때는 크게 짖고 울어데서 외출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나도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도움이 되는 훈련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바디에게 엄마가 나가도 항상 집으로 온다는 것을 몇 번 연습으로 알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습관적으로 똑같은 말을 사용, 반복해서 바디가 말을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기를 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함께 외출할 경우 바디 눈치를 보며 바디가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어느 날 나는 진지하게 ‘Buddy, you stay home’이라는 말을 해서 너는 집에 있을 거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바디가 신기하게 알아들어서 처음에 우리는 바디가 천재개인가 싶어 너무 놀라고 신기해서 얼떨결에 외출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 말은 지금까지도 외출할 때는 바디에게 먼저 말해준다. 그러면 소파에 올라가 앉아서 조용히 외출준비해서 나가는 나를, 우리를 보며 짖지 않고 참아준다. 단 하루에 딱 한번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단점이고 절대 하루에 두 번 외출은 이 말을 해도 허락되지 않고 예전처럼 짖고 따라나서려 한다. 그래서 한번 외출하면 두 번 나가지 않도록 미리 계획과 루트를 정해서 외출하는 습관이 나도 생겼다.
아들 키울 때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바디를 키우면서는 해 봤다. 위급하거나 위험이 느껴지면 목소리도 높아졌고, 당황도 해봤고, 남들에게 다른 개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수시로 하게 되었고, 너무 놀래서 울고 싶기도 해봤다. 아들보다 힘들어도 너무 힘든 게 나에게는 강아지 바디 키우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