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사람과의 관계 이야기
우리 바디는 아들과 나 말고는 사람을 별 좋아하지 않는다. 5-6개월 되기도 전에 버림받으면서 생긴 트라우마일 수도 있으나 바디는 타고난 성격 탓일 거라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어 지금은 크게 애쓰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에는 우리와 같이 살면 친절한 강아지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데리고 다니며 사교성을 키워주려고 해도 우리에게는 한없이 친절한 바디가 다른 사람들, 큰 개들에게는 극명하게 날을 세우며 거부했다.
여기에 나의 이웃 친구가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 기름을 부은 행동을 했었다. 1살도 되지 않은 어린 바디가 마마보이가 됐다는 소릴 들은 친구는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척 장난치며 바디의 반응을 살핀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바디는 그 사람을 보거나 목소리만 들어도 짖어댔고 가까이 다가오면 물려고 했다. 그래서 친구는 여러 차례 간식으로 바디를 달래 보려 했지만 간식을 잡고 있는 손가락을 물려고만 했지 어떤 맛난 간식도 소용없었다. 그러다 사람에게 짖는 행동을 엄마가 싫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바디는 그 친구를 발견하거나 목소리를 들으면 피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우연히 엘리베이터, 작은 공간에서 만났다. 혹시나 바디가 친구의 발을 공격할까 봐 안아 들었는데 바디는 너무 티 나게 고개를 홱 돌려 꼼짝하지 않고 외면했다. 그런 바디의 행동에 한 단어, ‘개무시’라는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부정적 단어가 떠올랐고 어쩌면 개무시라는 단어의 근원은 실제 개의 행동에서 나왔을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그러면 비속어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혼자 실실거리며 웃었다. 물론 친구는 바디 행동에 ‘Look at this, he ignores me.’라며 기가 막혀했다. 이 친구는 이렇게 평생 바디에게서 개무시당할 거라 보고 있다.
바디가 2살 때, 한국에서 엄마가 방문했다. 처음 할머니를 만난 우리 바디는 할머니를 가족으로 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려 3주라는 시간이 걸렸다. 한집에 같이 살아서인지, 노인이어서 그런지 짖거나 물지는 않았지만 할머니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3주 동안 피해 다녔다.
그렇게 지내면서 서서히 가족으로 인정했는지 어느 날 별안간 할머니를 미친 듯이 좋아했다. 그동안 자신의 행동에 미안함까지 담아서 할머니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후 산책 가면 할머니가 벤치에 앉아 쉴 때면 바디는 나를 따라 계속 걷지 않고 할머니 옆에서 서서 다가오는 개들을 막으며 할머니를 지켜주었다.
바디가 생기고는 집에서는 웬만하면 파티를 하지 않았고 파티를 할 경우에는 아파트 바베큐장을 이용했다. 좀 더 넓은 밖에서는 바디가 집보다는 덜 경계를 하기 때문이었다.
바디가 8살 때, 아들의 여자 친구, 지금의 파트너가 처음으로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때 바디는 아들의 여자 친구가 집으로 들어오자 그녀의 발가락을 수시로 물려고 했다. 바디의 거부반응이 심각해서 발가락을 가릴 수 있는 슬리퍼를 신게 하고 조심조심 저녁을 먹은 후 둘을 아들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런데도 바디의 모든 관심은 아들 방에서 새어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나 웃음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자주 아들 방문으로 달려가 짖다가 결국에는 아들 방문 앞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그런 바디의 거부반응을 고치기 위해 아들의 여자 친구를 자주 우리 집에 초대해서 바디와 친해질 수 있게 시도했지만 바디는 석 달 동안에도 전혀 곁을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한 달간 내가 집을 비우고 그 자리에 아들 여자친구가 들어와 바디와 같이 생활하며 친해질 수 있도록 마지막 수단을 써 보았다. 바디와 친해져야 완전히 가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우리는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다.
바디는 내가 없으면 그나마 사람들에게 조금 호의적이기 때문에 마지막에 모든 걸 걸어 보았다. 그래서 한 달 동안 여행을 다녀오니 바디는 아들의 여자 친구를 완전한 가족으로 받아주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집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바디가 단번에 좋아한 사람은 없었다. 친해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바디를 키우면서 항상 사람들에게 위험하다고 말해주며 내가 먼저 조심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도 있었다. 매일 산책을 다니면서 종종 카페에 혼자 가기도 하고 주말이면 아들과 함께 산책도 카페도 자주 다녔었다. 그래서인지 의외로 카페에서 커피와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는 웨이트리스들에게는 호의적으로 꼬리를 흔들기도 하며 큰 거부감이 없는 듯 보였다. 엄마가 좋아하는 뭔가를 들고 온다는 것을 아는 듯했다.
바디가 9살 때, 내가 오랜 시간 집을 비우며 아들 커플과 살며 아들 파트너 가족도 만나면서 바디의 사람관계가 좀 더 넓어지고 너그러워졌지만 여전히 사람을 경계하고 심지어 물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바디의 성격이라 끝까지 사람에 대한 경계를 놓지 않을 걸 알고 바디 같은 개는 사람에게 호의를 가지는 것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12살, 13살이 올해 될 바디를 누군가 귀엽다고 만지려고 해도 나는 하락하지 않고 있다. 비록 어릴 적보다는 나이가 들어감에 성격이 유해졌지만 변하지는 않으니 특히 사람을 물었던 경력이 있어 나는 항상 조심한다.
‘Pleae don’t pet him, he mignt bite.’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