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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Aug 06. 2022

<삼국지>에 대한 회의

윌라 오디오북으로 이문열의 <삼국지>를 듣고 있다. 나의 남겨진 인생에 굳이 <삼국지>를 접해야 하나? 회의가 든다.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로 접하고 이런저런 영화를 통해 스토리는 대략 알고 있다. 전 10권 중 이제 2권을 뗐다. 계속 들어야 할까?


선과 악의 노골적인 양분, 유가의 미덕, 권력, 배신, 영웅... 그 뻔한 이야기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면서 유비, 조조, 손견이 서로 한눈에 상대방의 비범함을 알아본다는 황당한 설정. 책으로 읽으면(들으면) 좀 더 새로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건만, 그저 삼국지의 스토리를 좀 더 상세히 알게 된다는 것 이외에 더 건질 것이 있는지 점점 회의가 든다.


게다가 나의 심기를 더욱 뒤트는 것은 이문열의 해설적 사족들 때문이다. 조조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충분히 동의하고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인물을 치켜세우려는 의도까지 느껴지면서 맛이 간다.


오디오북으로 박경리의 <토지>를 완청하고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을 두 권 들었다. 이것은 본래 10권짜리인데 현재 오디오북으로 3권까지 나와있다. 주제별로 중단편을 모아 놓은 것이다. 사랑, 죽음, 성장, 환상 등등. 그런데 여기에 "사내들만의 미학"이 하나로 주제로 설정되어 있다. 이것은 듣지 않았다. 문학이 다룬 허구많은 주제 중 하필 "사내들만의 미학"을 끄집어낸 것을 보고는 '참, 이 인간도 꽤나 마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 나이 또래의 성공한 남자의 일반적인 세계관이려니 넘어갔다.


그런데 <삼국지>를 들으며 새삼 그 생각이 떠올랐다. <삼국지> 자체가 온통 마초적인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거기에 이문열은 '여혐'이라고 표현해도 좋을만한 사족을 종종 붙인다. 이쯤 되니 계속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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