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산들 Jul 16. 2021

혼밥을 할 수 있다면 어른입니다.

<이미지 출처: unsplah@Klara Kulikova>


금요일 오후 5시. 외근을 마치고 팀 후배를 먼저 퇴근시켰다. 서울 한복판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덮밥 집에 가보기로 했다. 2~3명씩 친구들끼리 무리 지어서 온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10분 정도 웨이팅을 하고 밥을 먹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함께 외근 나온 후배에게 같이  먹자고 하거나 카톡 친구 목록을 보며 주변에 있을만한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시간이 맞는 친구가 없다면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혼밥을 하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싫어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곤 했었다.



혼자가 된다는 두려움


사실 어렸을 때의 나는 가끔은 혼자서도 잘 지내는 아이 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하루는 혼자 도시락을 먹게 된적이 있다. 반에 친한 친구들도 많았었는데 왜 그날 혼자 밥을 먹게 된 건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친구들과 싸웠던 건 아니고 그냥 혼자 조용히 점심을 먹고 싶었거나 심각한 고민 (지금 생각하면 초등학생이 뭐 얼마나 대단한 고민이 있었을까 싶다만)이 있었던 것 같다. 혼자 있는 나를 보고 담임 선생님께서는 큰 소리로 물어보셨다.


“ㅇㅇ이는 왜 혼자 밥 먹니?”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이 되었고, 근처에 있던 친한 친구가  옆으로 줘서 민망한 상황은 금방 지나가긴 했지만 그때 처음으로 ‘혼자 있으면  되는 거구나.’라는 두려움이 생겼던  같다.


그 이후로 잠시라도 혼자 남겨진다는 건 무서운 일이 되어 버렸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그리고 친구들 모임까지. 혹시라도 무리에 끼지 못할까 봐 조마조마했던 몇 번의 기억이 있다. 분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늘 만나면 분식을 먹으러 가는 친구들 무리에 끼어서 분식집을 갔던 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게임인데도 모임에서 빠지게 될까 봐 억지로 LOL이라는 게임을 배웠던 것까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보다는 상대방의 취향에 맞춰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점점 나를 잃어가는 것


5명의 친구들 무리에 껴서 좋아하지 않는 게임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시간이 흘러 대부분의 친구들과는 1년에   볼까 말까  사이가 되었고, LOL 게임 계정은 휴먼 계정이  

오래되었다. 모임에 끼어서 함께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지금의 나는 정서적으로 더 행복하다. 집에는 나와 유머 코드가 잘 맞는 와이프가 있고, 회사에는 대화, 좋아하는 음식 코드가 잘 맞는 직장동료들도 있다.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더라도 남의 취향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내 취향대로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만약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다면 이렇게 보내고 싶다.


“제일 중요한 건 네가 행복한 거야. 다른 사람 사이에 끼어서 네가 좋아하는 걸 포기하지 마. 때론 당당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할 때 제일 행복한지 곰곰이 생각해봐. 너 자신을 잃지 말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