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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May 18. 2023

마케터가 되고 싶은 나 vs. 마케터가 아닌 나

취업 상담 episode 1. 마케터 정체성의 혼란

작년에 내 인스타그램을 보고 한 업체에서 취준생들을 대상으로 짧은 강연을 해 줄 수 있냐고 제안을 해 왔다. 사기인가? 내가 마케터인지 어떻게 알았지…? 그것도 내 개인 SNS에?! 라는 의문이 들어서 처음에는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생각할수록 너무 흥미로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나도 취업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 성공 패키지’ 사업을 통해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보니 그 당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사람들에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강한 매력을 느끼면서 참여하게 되었다. 그 인연으로 이후에도 한 번 직무 관련 고민을 한 청년분과 상담을 진행했었는데 생각보다 1~2년 차 정도의 ‘중고 신입(?)’ 분들이 직무나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처음은 온/오프라인 전체 마케팅으로 시작했다. 실제 직무는 온라인 마케팅이었지만 전 사 마케팅팀에 무경력 신입 한 명이 전부라 여기저기서 부려 먹기 너무 좋았고, 덕분에(?) 매장 행사나 연예인 협찬, 드라마 협찬, 기사 작성 등 여러 가지 마케팅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1년간 그렇게 고생하고 나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마케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는데 그것이 지금 하고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이었다. (많은 과정이 생략되었지만, 그것은 나중에…)


나는 고민을 나눌 사람을 찾지 못해서 혼자 고민하고 결정하느라 늘 머리가 바쁘고 마음은 불안했다. 그때 내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할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마음이 편했을까 싶다.

아무튼, 그런 배경과 업체의 제안이 맞물려서 이번에는 한 청년분의 고민을 메일로 전달받았다. 그 고민은 이랬다. 마케터로 1~2년 정도 일 하다가 현재는 오프라인에서 판매 직무를 맡고있는데 본인 스스로를 ‘마케터’라고 생각하며 일하다 보니 판매 업무를 지속하기보다는 현재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터로 전향할 때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아래는 내 답변이다.


[답변]

마케팅과 리테일은 고객을 대면하여 판매를 일으킨다는 것에서 공통점은 있지만, 엄연히 다른 직무입니다.

특히 오프라인 리테일에서의 경험은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추후에 마케터로 직업을 지속하고자 하신다면 지속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본인을 '마케터'라고 생각하고 업무에 임한다고 생각하신다고 했는데요, 이후 거처를 '마케팅'으로 굳히고 싶으시다면 아래 내용을 읽어보시고 고민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1. 어떤 마케팅을 할 것인가?

콘텐츠 마케터, 브랜딩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CRM 마케터 등 다양한 마케팅 직무가 있는 만큼 나의 특성에 맞는 포지션을 찾아야 합니다.

현재 오프라인 리테일 업무를 하고 계시고, 온라인 마케팅에 한계를 느끼셨다면 브랜딩(또는 브랜드) 마케터로 일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마케터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 프로모션을 운영하면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고,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을 주로 합니다. 마케팅 직무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시고 현재 본인이 경험한 업무를 녹여낼 수 있는 직무를 선택하시기를 추천합니다.   


2. 온라인 마케팅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은 '데이터'이다.

최근에 '데이터'라는 주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많은 곳에서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말씀하셨던 마케팅의 알고리즘과 디지털의 한계는 데이터의 부재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마케팅은 '자극을 주어서 유저가 반응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해 볼 수 있겠는데, "어떤 자극을 줄 것인가?", "어떤 반응을 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이것이 마케팅의 기획입니다.

알고리즘과 디지털이 한 번에 묶이게 되면, 마케터가 기획을 할 필요 없이 100가지, 1,000가지, 혹은 그 이상의 아무 자극이나 던져 주었을 때 자동화된 알고리즘에 의해서 '반응'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마케터가 해야 할 것은 '어떤 자극에 어떤 유저가 어떻게 반응했는가?' 하는 결과(=데이터)에 대해 분석하고, 이후에는 어떤 자극을 줄 것인지 '휴먼 알고리즘'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 광고를 집행할 때 어떤 광고 소재가 타겟에게 먹힐까? 하는 고민 없이 모든 소재를 다 셋팅해서 광고 머신이 알아서 운영하도록 해도 최대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며, 현재의 광고 시장은 점점 자동화 알고리즘, 머신러닝 최적화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려고 했는데 너무 어려운 개념이 되었네요..

오프라인 리테일에서의 데이터를 예로 든다면,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들의 특성에 대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이를 통해서 업무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간대별 방문 고객의 분포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시간별 프로모션을 기획할 수 있습니다. 오전 11시에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고객의 유형이 40대 이상의 여성 이라면, 해당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고객 맞춤 프로모션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거죠. 이 상황에서의 '알고리즘'은 '오전 11시에 방문하는 고객은 40대 이상의 여성이다. → 40대 이상의 여성의 구매 목적은 A이다. → 그러므로 B 프로모션을 기획하면 구매율이 증가할 것이다.'가 됩니다.


보통은 마케터가 위의 알고리즘 전체를 기획하고 실행해서 결과도 봐야 했지만, 현재 온라인 마케팅(=디지털 마케팅)은 이 과정을 모두 '머신 러닝'이 대체하고 있고, 꽤 높은 확률로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알고리즘의 개념에 대해 집중하려 하지 마시고, 업무를 경험하면서 쌓인 경험(=데이터)을 바탕으로 기획하고 실행하시면 됩니다. 


3. 오프라인 리테일 업무의 경험을 마케팅에 녹여낼 방법?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대면하며 얻은 본인의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은 결국 "고객이 반응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내가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어떤 업무를 제안하여 성과를 얻었는가?**에 중점을 두고 어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판매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판매를 잘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어필하는 겁니다.

2번 문단에서 예를 들었듯, 판매 또는 고객의 방문/재방문 등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어떤 것들을 했는지,   

목적

가설

검증 과정

결과

에 입각해서 본인이 했던 업무들을 기록해 보세요.

이때, 내가 어떤 마케터가 되고자 하는가? 에 따라 서술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브랜딩 마케터가 되겠다고 한다면 구매보다는 인지도를 높이거나 브랜드에 대한 인식 개선, 매장 환경 조성에 대한 고민 등을 기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퍼포먼스 마케터가 되겠다고 한다면 위에 예시로 드린 바와 같이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에 대해 기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경험을 통해 아시겠지만, 모든 커머스사에서 신규 유입과 구매, 재방문과 재구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에 따라 다양한 액션 플랜을 기획하고 운영해 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경험하고 계신 업무 속에서 해당 목표에 맞는 업무가 있었는지를 고민해 보시고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간단히 적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졌네요.

아무쪼록 도움이 되면 좋겠고, 좋은 마케터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여기까지가 내 답변이었다. 글을 적고나서 보면 볼 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많아 아쉽다. 역시 말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만 글로 간단히 적어내는 것은 너무 어렵다…(는 핑계;)


아무튼,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요약 하자면, 

1. 알고리즘, 최적화, 온라인 등… ‘정의’에 매이지 말고 업무 플로우(FLOW)에 집중하면 된다.

고민 중 인상깊었던 것이, ‘마케팅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의문점인 알고리즘과 디지털이라는 한계’라는 표현인데 내가 잘 이해했는지 모르지만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라고 말 한것으로 보아 ‘개념’에 너무 집중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모든 업무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으며 기존 데이터에 기반하여 최적화 된다. 이 것을 온라인(즉, 디지털)에서는 ‘머신러닝’이 대신 해 주는 것일 뿐이다.     또한 모든 일은 알고리즘을 기반하여 최적화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나는 잠 자기 전 방의 온도가 높으면 선풍기를 틀고 낮으면 전기장판을 켠다. 이 상황도 알고리즘이다. 방의 온도를 맞추어서 수면의 질을 높이는 ‘최적화’를 위한 알고리즘 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마 지나간 모든 업무에서의 알고리즘들을 떠올려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개념을 이해하는데 얽매이지 말고 하고있는 일만 잘 하면 그것이 알고리즘이고 그것이 최적화가 될 것이다.


2. 마케팅은 여러가지가 있으며, 어떤 마케팅이 나에게 잘 맞는지 파악해야 한다.

청년 취업 상담을 몇 차례 하면서 많이 받은 질문이 ‘마케팅의 종류에 따라 하는 업무의 차이’였다. 퍼포먼스 마케터니, 컨텐츠 마케터니 하는 말이 생긴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내가 17년에 처음 마케터로 취업했을 당시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정도 구분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온라인 광고 매체를 운영하는 마케터를 ‘퍼포먼스 마케터’라고 부르고 SNS나 각종 컨텐츠를 운영하는 마케터를 ‘컨텐츠 마케터’라고 불렀다. 하지만 현업에서 일 해보지 않으면 이것에 대해 알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열심히 상담을 해 주며 내가 경험한 것 내에서 알려드리고 있다.) 


 마케팅은 개인의 창의성, 개성이 마구 들어가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왕 하는거 나한테 잘 맞고 내가 잘 할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케팅 직무에 대해서 알아보고 현업 종사자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That is me;;)


3. 선택하고 집중하자.

어떤 업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나는 그 업무의 전문가가 될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MD로 시작했다. 해외영업 MD로 두달 반, MD겸 마케터로 인턴 3개월을 했는데 이후 이직한 회사 사장님이 “마케팅 하고 있으면 온라인 MD도 시켜줄게.”라고 하시면서 마케터가 되었다. 내가 만약 MD 일을 계속 했다면 나는 지금 MD로 남았을 것이지만 마케팅에 발을 들이면서 ‘나는 MD가 될 것인가, 마케터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고, 여기 남아야 하는 이유를 찾고 목표를 정한 뒤 마케팅에 남기로 결정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머무를 것인지, 다른 목표로 방향을 바꿀 것 인지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추후에 마케터로 커리어를 지속하고자 하신다면 현재의 직업을 지속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라고 답변 드렸다. 오프라인 리테일이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1~2년의 경험으로 충분히 도움이 되는 경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고, 앞으로는 그 경험을 잘 가공해서 마케팅으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 취업 상담을 할 때마다 나의 처음과 중간을 되돌아보면서 마음을 다잡게 된다. 어떤 기준으로 지금의 직업을 선택했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자 했는지 등 나의 ‘방법’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글로 적어서 확고하게 만드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일을 재가공해서 글로 남겨본다. 이 글을 적으면서 생각 난 몇 가지 글감들이 있는데, 이어서 글을 적어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 글은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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