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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자-후회의 시간

어른들의 동시-여섯

by 박희종

사람들은 치과의자를 싫어한다

덜커덕 뒤로 넘어가면

푸른색 천이 덮이고

입안 구석구석에 솜뭉치를 넣은 채

무서운 그라인더가 돈다

그르르르륵 그르르르륵

턱이 아프고

빨려가지 않은 침과 조각들을

나도 모르게 삼키면

후회가 밀려온다

단거를 덜 먹을걸

양치를 꼼꼼하게 할걸

치실을 왜 안 썼지

아프기 전에 올 걸

크게 벌린 입에

눈을 가리는 푸른 천에

소름 돋는 그라인더 소리에

후회가 쌓인다

후회는 과거의 반성이자

미래의 다짐이다

비록 이 자리에 다시 앉게 되더라도

우리가 언제 이렇게 온전한 후회를 하나

우리가 언제 이렇게 다부진 다짐을 하나

우리 집 거실에 치과의자 하나 두면

후회하지 않고 살까

사람들은 치과의자를 싫어한다

사람들은 치과의자를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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