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20
아침 10시 10분 버스를 타고 50분을 달려 11시가 다되어 성판악에 도착하였다. 늦었던걸까. 벌써 주차장에는 주차된 차로 붐벼있었다.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오후 1시까지 진달래밭 대피소를 못가면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막힌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시간은 11시. 진달래밭 대피소까지의 거리는 대략 7km, 등산안내 간판에 쓰인 시간은 3시간 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반신반의한채 입구를 통과했다. 버릇처럼 내손에는 카메라가 들여져 있고 셔터를 눌렀다. 자연의 본연을 찍는 것도 좋지만 피사체가 들어가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이 앞서 산을 오르는 한분을 혼자 모델로 삼았다. 역시 풍경을 담으며 질주하는 분을 따라가기란 무리이고 한 사람만 담기엔 이쁘지 않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산악마라톤을 할 수 밖에 없었다. 1시까지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가야만 정상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의 옆을 스치는 모든 사람이 모델이다. 어느 순간 얼굴에선 빗 줄기가 쏟아지듯 땀은 땅으로 떨어졌고 숨은 턱 아래까지 차 올랐다.
뛰고 걷고 반복을 하며 앞으로 내달렸다. 그 와주에도 지나가는 분들에게 "안녕하세요^^" 라며 인사 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힘이 들어 쓰러질것 같지만 작은 인사 한마디가 행복했다. 한번의 쉼도 없이 그렇게 미친듯이 달려 12시40분이 되어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 안도와 함께 피로가 몰려왔다.
1시간 40분만에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나 자신도 놀라웠다. 사진을 찍으며 그렇게 오르기란 사진을 찍는 분이라면 알 것이다.
그렇게 5분, 3분을 대피소 주위를 멤돌다 정상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다. 성판악 코스는 제일 쉽다고 들었는데 누가 나에게 잘못 된 정보를 던져 주었나보다. 돌밭이 반이었다.
정상으로 발을 내딛은 걸음은 천근만근 배는 고파오고 조금만 걸어도 멈춰버릴 듯 다리의 힘이 풀렸다. 올라오며 사온 빵과 물을 먹었지만 여전히 배는 고프다. 뱃속에 거지가 사는걸까. 올라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전진했다. 처음부터 무리한 것이 페이스를 꼬이게 된 것 같았다. 뒤 늦게 후회 아니 오르기 위해선 그럴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았던가. 앞으로 1.8km 뒤엔 정상이다. 가자가자 앞에 정상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하얀 구름도(안개?) 함께 몰려왔다. 아니돠~~ 뿌연 정상을 바라 볼 수는 없어. 더 열심히 걸었다. 이제 곧 정상이다.
으~ 안돼. 구름도 아니고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할 상황도 아니다. 정상은 벌써 누구에겐가 점령이 되어 있었다.
어생승오름 당시 보았던 검털파리였다. 정상으로 가까워지면 질수록 영화에서 보는 자연재해 같았다. 그냥 그곳은 검털파리 세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백록담이 기다리고 있다. 검털파리에게 질 수 없다. 속 마음은 얼릉 찍고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메웠다. 한 걸음을 땔때마다 벌레 수천마리가 날아올랐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상에 발을 들은 놓은 시간은 1시53분. 겨우 20분란 시간을 활용해 검털파리와 싸우가며 풍경을 담았다. 더 이상은... 항복 항복이다. 내려가야만 한다는 메아리가 내 두뇌에 울렸다.
내려오는 순간 머리가 지끈지끈 두통이 찾아오고 다리는 후덜덜 떨려왔다. 땀으로 인한 두통, 풀려버린 다리에 머리속은 온통 집으로 가자. 쉬고 싶다. 눕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와 5시간 45분을 기점으로 등반을 마무리 하였다. 그 뒤 후유증은 갖가지 반찬과 밥으로 해결을 보았다. 다음 번 등반은 카메라를 벗어 던지고 오로지 자연을 느끼며 올라야겠다.
난 왜 어딜가면 손안에 카메라가 꼭 있어야 했을까?
미치겠다. 진짜 여행을 놀이를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