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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kypen Sep 28. 2021

Pastelphonic pt. 1 & 2 & 3

KLAMNOP - Pastelphonic 1 & 2 & 3

예술에는 그 근간이 되는 역사가 있으며, 파생된 사조가 있습니다. 이는 음악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가 뭉뚱그려서 J-POP(제이팝) 이라고 부르는 음악에도 오랜 역사가 존재하며 거기에는 여러 갈래의 다양한 사조가 존재합니다. 이 <Pastelphonic>시리즈는 제이팝 장르 중 ‘시부야케이(渋谷系/Shibuya-Kei)’라고 불리는 음악사조에 바치는 리스펙트 차원의 음반입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 시부야케이라는 제이팝 장르가 낯설 수 있으나, 이 장르에 대해 리뷰에 구구절절 늘어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은 위키피디아에도 잘 나와있으니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  그쪽을 보는 편이 더 빠르고 이해하기도 쉬울 것입니다.


그보다 제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시부야케이 음악을 리스펙트 하는 이 음반 시리즈의 기획 의도와 그 가치에 대해서 입니다.


<Pastelphonic> 시리즈를 기획한 Yu_Asahina님은 현재 BMS, Arcaea, Deemo 등의 다양한 음악게임에서 맹활약하는 아티스트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분은 시부야케이 스타일과는 느낌이 다른 신시사이저 중심의 일렉트로닉 음악 스타일로 더 많이 활동하시고 계십니다. 그런데 왜 하필 시부야케이를 리스펙트하는 음반을 기획하셨을까를 궁금하게 여기게 됩니다.


여기서 저는 다시 한번 KONAMI(코나미)사의 음악게임 브랜드 BEMANI(비마니)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음악게임에 비교적 빠른 BPM의 신시사이저 중심의 악곡이 많이 들어가고 그러한 악곡에 반응도 좋습니다. 하지만 90~00년대만 해도 음악게임에는 인디, 힙합, 언더그라운드 장르의 곡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 시부야케이 악곡도 굳건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비마니의 기종중 하나인 팝픈뮤직(이하 팝픈)의 맨 첫번쨰 수록곡인 ‘I REALLY WANT TO HURT YOU’ 가 바로 시부야케이 음악입니다. 비마니 초기의 음악에서 시부야케이가 갖는 의미가 분명 있다는 것은 이 사실만으로도 어느정도 알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라면 그다지 설득력이 없을 수도 있으나, 이 팝픈 1번 수록곡을 부른 스기모토 키요타카(DJ SIMON)님은 초기 비마니에서 나구모 레오(dj nagureo)님과 함꼐 활약하며 시부야케이 곡을 만들기도 했고, 그 결과물이 팝픈2의 ‘(fly higher than) the stars’ 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스기모토님은 팝픈5때 orangenoise shortcut 이라는 밴드 명의로 ‘Homesick Pt.2&3’ 라는 시부야케이 음악을 냈고, 이후 코나미사를 퇴사한 후에도 동일 명의로 계속해서 시부야케이 밴드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Pastelphonic> 시리즈 3탄에 스기모토님이 1번 트랙과 마지막 트랙에 참여하셨다는 점을 볼 때, 앞에서 말한 점과 이 음반이 말하고자 하는 가치가 서로 긴밀히 연결 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결론내렸습니다. Yu_Asahina님이 음악게임에 참여하는 일원으로서, 과거의 음악게임 수록 장르와 그 작곡가를 존경하는 의미를 담아서 시부야케이를 재조명한 것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리즈가 매우 가치있고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는 이 <Pastelphonic>시리즈를 들으면서 과거 비마니 악곡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이 점이 취향 플러스 요인이 되어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쯤에서 이렇게 말하면 김샐수도 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시부야케이 음악은 그렇게 세련된 느낌의 바이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약간은 ‘촌스러운’, ‘유치한’ 느낌에 좀더 가깝습니다. 틈만나면 붐밤거리는 관악기 사용과 뚱땅거리는 키보드 사용, 또 지나치게 솔직한 내용의 가사가 그런 느낌을 주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역설적이게도 이렇기 때문에 시부야케이가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최근 트렌드의 제이팝씬은 이해하기 난해한(나쁘게 말하면 아무말 같은) 가사에 불분명한 느낌의 음색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트렌드에 대한 호불호는 취향의 영역이니 가타부타 말은 얹지 않겠으나, 저의 취향과는 갈수록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촌스러울지는 모르나 담백한’, ‘유치할지는 모르나 솔직한’ 감성을 담은 음악은 저에게 있어 정말이지 단비처럼 느껴졌습니다.


또 이 음반 시리즈에 참여한 아티스트중에는 프로듀서인 Yu_Asahina님처럼 다소 모던한 스타일을 주로 쓰는 kamome sano님, sky_delta(Endorfin. 작곡 담당)님, 페노레리님도 있는데, 이분들 역시 굉장히 뛰어난 퀄리티로 시부야케이 음악을 재해석, 재탄생시키는 음악을 제공하였습니다. 비마니에서 레트로한 느낌의 곡을 제공하던 ELEKTEL님이라던지, 동인과 음악게임 모두 활발히 활동하시는 Yamajet님, red glasses님도 정말 감탄할 정도로 빼어난 시부야케이 음악을 작곡하여 제공해 주셨습니다.


물론 저는 시부야케이 음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결코 아닙니다. 원래 90년대 쯤에 유행하던 ‘원형의’ 시부야케이 음악은 이 음반을 접한 뒤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조금 찾아서 들어본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니 저같은 사람이 시부야케이에 대해서 뭔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식견 짧은 사람이 부리는 허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마니 초창기를 구성하고 있는 그 감성에 대해서만큼은 정말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감성을 좀 더 새로운 형식으로, 하지만 원형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온 이 <Pastelphonic> 시리즈는, 정말이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의 비마니, 특히 팝픈의 경우에는 새로운 신곡이 조금씩은 나오고 있으나 예전에 느꼈던 감성을 느끼기에는 다소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Pastelphonic> 시리즈는 당장 팝픈에 수록되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비마니의 감성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로지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만점 도장을 꾹 찍어주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도 이 음반 시리즈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내가 사랑한 그 감성이 바로 여기에 살아 있다고 말입니다.


Official Site: https://klamnop.info/DCKL-001/

https://klamnop.info/NEXT-002/

https://klamnop.info/NEXT-007/

Bandcamp: https://klamnoplabel.bandcamp.com/album/pastelphonic

https://klamnoplabel.bandcamp.com/album/pastelphonic-pt-2

https://klamnoplabel.bandcamp.com/album/pastelphonic-pt-3-powered-by-guitar-pop-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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