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oken - felys Artcore Collection
음악게임은 그 장르적 특수성때문에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음악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음악게임은 단순히 다양한 음악을 수용하고 알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음악게임만의 고유한 음악 장르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그 음악 장르 중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만한 것이 바로 ‘아트코어(Artcore)’ 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아트코어 장르를 가장 선구적으로 개척해나간 아티스트가 바로 onoken님이고, 바로 그 onoken님이 직접 ‘아트코어 콜렉션’ 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낸 이 음반에 저는 어떠한 중요한 의미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자연스럽게 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음반의 구성 트랙은 사실 간소할 정도로 적은 숫자인 5트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 음반을 구매할 때는 5트랙에 1000엔이 넘는 가격에 ‘보통 음반보다 좀 비싼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사서 들어보니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5개의 트랙만으로도 무척이나 충만한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아트코어라는 장르가 아무래도 음악게임에서 파생된 것이다 보니, 정확한 음악적 특색을 잡아내는 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서 여러번 이 음반을 돌려듣고 아트코어라는 장르에 대해 제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이 분석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므로 너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첫번째, 아트코어는 건반악기와 현악기의 사용이 매우 두드러집니다. 특히 건반악기를 사용할 때 음색이 매우 맑고 또렷하며 물방울이 풀잎을 구르듯 투명하고 선명한 음색을 사용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 현악기를 사용할 때는 청자에게 어떤 애절한 심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악기의 사용이 어떤 예술(Art)적인 묘사를 하는데 있어 효과적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이러한 맑고 또렷한 음색을 사용하지만 동시에 분위기는 몽환적입니다. 어찌보면 또렷함은 이미지가 선명하고 몽환성은 추상적이라 마치 대치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두가지 감각을 동시에 느낄수 있는 멜로디 구성이 잘 짜여진 것이 아트코어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다소 추상적인 심상이더라도 동시에 마치 손에 잡을 수 있을 것 처럼 구체적이게 느껴지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세번째, 듣기에 아름다운 멜로디와 구성으로 되어 있지만 이지리스닝 계통은 아닙니다. 오히려 꽉 짜여진 비트의 사용으로 어떤 결집체 같은 중심(Core)를 잡아준다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집약성이 곡조에 힘을 실어주고, 추상적인 심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균형을 잡아주는 든든한 받침대가 되어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듯 아트코어의 특징을 요약하면 ‘건반악기와 현악기를 중심으로 아름답고 맑은 음색을 표현함과 동시에 몽환적이고 추상적인 심상을 그려내며, 이를 꽉 짜여진 비트가 받혀주는 음악’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음반으로 돌아와서, <felys Artcore Collection>은 아트코어라는 장르를 타이틀에 내걸만큼 어떤 장르 개척자로서의 자부심마저 느껴집니다. 또 그러한 음악만으로 어떤 결집성을 보여주는 것이 충분히 매력적임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3번 트랙 ‘felys final remix’는 동인음악을 좋아한다면 거의 대부분 아는 명곡 ‘felys’를 상업 음악게임에 수록하기 위해 새롭게 리믹스를 한 것입니다. 저는 이 ‘felys’ 원곡을 아주 좋아하지만 1집의 리마스터판에서 조차도 다소 음질이 깨끗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리믹스 버전은 정말 청명하고 깔끔하게 편집이 되었고, 또 원곡에서 꼭 필요한 구성만 잘 재조합해서 원곡 길이의 3분의 1 정도로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 빠진 것 없이 느껴졌습니다.
1번 트랙 ‘Lisrim’ 이나 5번 트랙 ‘Ramua Remake’의 경우와 같이, 만들어진 추상적인 제목으로도 청자가 금새 곡조에 빠져들 수 있도록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어 그 아름다움에 저는 감탄했습니다. 물론 2번 트랙 ‘Cristalisia’ 나 4번 트랙 ‘Alexandrite’는 곡 제목이 명확한 대상을 가리키기는 하나, 그것을 반짝이는 음색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되 전반적으로는 추상적인 심상을 그려내었다고 봅니다.
결국 아트코어라는 것은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어떤 관념적인 정서를 매우 또렷하게 잡힐 듯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어떤 예술 사조가 아닌가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음반을 그러한 아트코어의 매력을 단 5개의 트랙만으로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 아트코어에 흥미가 있거나 좋아하는 분이라면 몇번이고 만족하며 들을 수 있는, 집약된 예술의 심미를 느낄 수 있는 준수한 음반입니다.
Official Site: http://axsword.com/special/felys/
Bandcamp: https://onoken.bandcamp.com/album/felys-artcore-collection
Spofify: https://open.spotify.com/album/3C6gSw5ybOLACNRrxy0FKE?si=ZUgXQxydSwyUzFyI16q35w&dl_branc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