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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kypen Sep 30. 2021

Frost Era

ARForest - Frost Era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년시절에 ‘순수함’ 과 ‘환상’ 이라는 두 가지 성질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어린 사람 모두가 순진하거나 철없는 공상만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아직 어른이 되기 전 때묻지 않은  상상력 정도는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Frost Era> 는 그러한 어린시절을 지나왔을, 아티스트 본인을 포함한 모든 청자, 그리고 어쩌면 아직도 그들이 남몰래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순수한 환상에 대한 찬사를 담은 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새삼스럽기 짝이 없지만, 저는 사실 음반에 있어 레코딩이 잘되어 있다던가, 믹싱이 잘 되어 있다던가, 고주파나 저주파가 잘 살려져 있다던가, 이런 부분은 정말 소위 말해 ‘1도 모르는 막귀’ 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 이런 부분에 대해 할말이 따로 없기 때문에 음반 리뷰를 하는데 있어 다소 감점요소가 있을 것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대신 저는 음반에 있어서 ‘이 음악을 통해 어떤 주제를 그려내려고 했는가?’ 를 따진다면 자신있게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Frost Era> 음반의 주제의식과 가치에 대해서도 원작 아티스트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잘 짚어내어 감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두에서 말했다시피 이 음반은 어린시절 모두가 갖고 있었던 순수한 환상에 대해 그려낸 음반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Frost Era>의 트랙 제목들을 보면 ‘There was a boy’, ‘Journey’, ‘Flashback’ 등,어떤 과거 시절이나 기억, 또는 환상성을 지닌 대상을 묘사하려고 의도했다는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음반의 주제가 ‘유년시절의 순수한 환상’ 이라는 것에 대해 확신하게 된 이유가 단순히 트랙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이 음반의 음색이나 구성 등이 그것을 의도적으로 짚어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1번 트랙인 ‘Intro’ 부터 이 음반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하나의 세상속으로 걸어들어가 다다르게 하는 청각적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제 추측으로는 어떤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2번 트랙 ‘Art for Rest’ 와 13번 트랙 ‘Art for Last’ 의 경우에는 수미상관 구조를 취함으로서 청자에게 구조화된 아름다움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3번 트랙 ‘There was a boy’ 는 직접적으로 묘사의 주체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와 청자를 모두 포함한 이들이 순수한 소년의 마음을 지녔던 시절을 꺼내옵니다. 4번 트랙 ‘Journey’는 두말 할 것도 없이, 환상적인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곡입니다. 8번 트랙 ‘Flashback’은 어떤 과거로의 기억을 향해 번쩍이며 스쳐 지나가는 과정을 묘사한 듯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음반의 모든 곡들이 어떠한 과거와  그것의 판타지적 이미지를 전달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 전달을 ARForest님은 ‘아트코어’ 라는 형식을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아트코어’. 에 대해서는 전 음반 리뷰 ‘felys Artcore Collection’ 을 참조 부탁드립니다.) 맑고 몽환적인, 그러면서 동시에 미약하지 않은 음색과 악기 사용과 전개로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음반 제목인 <Frost Era> 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추측이 가능해집니다. Frost Era(서리의 시대) 라는 건, 어쩌면 차디차게 보일지는 몰라도 그렇기에 더욱 깨끗하고 때묻지 않은 순수한 시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요? 마치 서리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 차가움이 순수한 성질을 보존하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음반에 있어서 단순히 좋은 곡의 나열 뿐만이 아니라 어떤 주제의식을 명확히 갖고 결집되어 있는 구조를 갖는 것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Frost Era> 는 주제의식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음악적 호소력도 짙어, 준수하게 잘 만들어진 음반이라는 평을 내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비록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닳고 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면에 남아있는 맑은 부분에 대해 이 음반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여전히 어린 시절의 순수한 부분을 갖고 있고, 그것은 아주 가치있고 아름답다” 라고 말이에요.



Bandcamp: https://arforest.bandcamp.com/album/frost-era


Spotify: https://open.spotify.com/album/3WZikmW9ZgfcjVlmWMJvGZ?si=gd5iw9jeRNO1txDNeEBjRA&dl_branc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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