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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미스 May 27. 2021

코로나와 싸운다 (10) - 왜 나만 안줘?

청원경찰의 재난현장 대응일지 - 왜 나만 안줘?

2021년 1월 20일 수요일

 

예상하지도, 대비하지도 못한 일에 투입된 지 한 달 하고도 이틀이 지났다. 그렇게 나는 첫 월급을 받았다.      

첫 월급은 여러모로 나를 힘 빠지게 했다. 전염병 현장에서 고생하는 사람이 받을 만한 액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물론 공무원은 국가에 봉사하는 사람이다. 월급만을 바라보며 임용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노동과 스트레스를 필요로 하는 비상시국에 대한 계산이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것은 올바른 대우는 아닌 것 같았다.     


더군다나 봉사를 요구하기엔 우리는 공무원이 아니다. 비록 공무원연금도 가입하고 경찰공무원과 동일한 보수체계를 준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힘이 없다. 적어도 공무원들은 부당한 것들을 고치기 위해 예산을 집행할 행정권한이 있고, 노동조합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도 있다. 미약하나마 스스로를 방어할 무기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복무하는 청원경찰은 예산집행 권한도 없고, 노조도 없다.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을 설득하고, 다시 공무원인 부서장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공무원만큼 보수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공무원보다도 덜 나온 게 있었다. 위험수당이 빠졌다. 나의 직렬이 의료계열이 아니라서 그런가 하여 복무규정과 조례를 살펴봤다. 그런데 직렬과 상관없이 전염병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병종’에 해당하는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래도 잘못 알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청 회계팀에 전화하여 물어보니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해주었다. 그뿐 아니라 위험수당을 지급할 직원들 명단을 제출하라고 12월 말에 공문까지 보냈다는 것이다.     


난로사건 이후 사람의 속을 먼저 규정하지 말자고, 동료들을 먼저 오해하지 말자고 다짐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의심이 들었다. 내 전입 시점은 12월 중순이고, 공문을 받은 시점은 12월 말이다. 선별진료소에 투입한 청원경찰의 존재를 모를 리 없었다. 일부러 악의를 가지고 명단을 제출한 게 아니라면, 청원경찰은 당연히 공무원과 동일한 수당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차별적 일 처리를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심연의 소용돌이에 갇혔다. 보건소 담당자가 청원경찰은 위험수당 못 받는다고 우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담당자와 얘기하다가 내가 흥분하여 언성을 높이지는 않을지,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보건소 외에 다른 기관에 배치된 후 또 차별적인 담당자를 만나면 어디서부터 다시 내 처우를 개선해나가야 할지 모든 것이 막막했다.     


모든 변수를 고려하고 담당자를 만났는데 문제는 또 난로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간단하게 해결됐다. 연말 연초사이에 행정담당자가 바뀌었고, 인수인계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청원경찰들의 명단이 누락되었던 것이라고 한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았다. 열린 마음으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지 않고 싸울 준비부터 했던 나를 자책했다.     


심연의 굴레에서 벗어나니 세상이 다시 다른 색으로 보였다. 야간근무에 투입하기 전에 직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먹는 자리에서 직원들의 표정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모두 피로에 찌든 모습이었다. 일을 하다가 실수하거나 무언가 빼먹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일은 전혀 신경 못 쓰는 경우가 다반사다. 야간근무와 주말근무에 대해서도 푸념하는 일반적인 직원들의 모습을 보였다. 내 동료들은 나에게 시키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계획을 알지 못한 채 상급자나 상급기관이 시키는 일을 하루하루 감당해내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런 사실을 안다고 해도 오늘은 선의를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살피기 힘든 날이었다. 오해를 살만한 일과 행동, 그리고 태도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혼란스럽다. 나는 공무원인가 아닌가. 주어진 불합리를 견디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만 집중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과 싸우는 근로자가 되어야 하나. 공무원들에게 묻고 싶다.     


“나는 관리의 대상인가요, 아니면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하는 동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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