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동화
오늘 만난 동그라미, 세모, 아기 세모 생각이 똥이 뒤를 졸졸 따라왔어요. 똥이는 자신이 동그라미가 되고 싶은지, 세모가 되고 싶은지 확실하지 않았어요. 동그라미는 편하게 굴러다니고 싶은 이유, 세모는 피라미드처럼 오래되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똥이는 그 이유가 가슴 깊이 와 닿지 않았어요.
머릿속이 복잡한 똥이는 걷고 또 걸었어요. 숲길을 벗어나니 흙과 돌만 있는 길이 나왔어요.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을 벗어나니 햇볕은 더 뜨겁게 느껴졌어요.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뜨겁기만 한 날씨 때문에 똥이의 몸은 빠른 속도로 굳어갔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똥이는 똥 모양으로 평생 지내게 될 거예요. 똥 모양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똥이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어요.
지친 똥이는 길모퉁이를 돌다가 쓰러져 있는 토끼를 발견했어요. 가까이 가보니 토끼의 가슴이 작게 오르락내리락했어요. 숨은 쉬고 있지만, 더위를 먹어서 힘들어 보였어요.
”토끼야, 괜찮니?“
“물, 물을 마시고 싶어요.”
“잠시만 기다려봐.”
똥이는 물을 찾아서 뛰기 시작했어요. 숨을 헉헉거리며 뛴 지 얼마 되지 않아, 바위 틈새로 물이 흘러나오는 곳을 발견했어요. 똥이는 물을 담을 수 있는 것을 찾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토끼를 물이 있는 곳까지 옮겨오고 싶었지만 똥이의 힘으로 역부족이었어요.
똥이는 주변에 도와줄 누군가가 있을까 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요. 똥이의 다급한 목소리만 메아리가 되어서 돌아올 뿐이었어요.
아무런 방법이 떠오르지 않은 그 순간, 동그라미는 동그라미가 되고 싶은 이유, 세모는 세모가 되고 싶은 이유가 똥이의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어요.
‘나는 나만의 이유가 있을까? 나는 토끼를 도와주고 싶어’
똥이는 길게 드리워진 바위 그늘을 피해서 햇빛이 가장 강렬하게 내리비치는 곳으로 달려갔어요. 똥이는 자신 안의 물기를 털어내기 위해서 몸을 흔들었어요. 모양을 잡는 데 필요한 적은 물기만 남긴 채 모든 물기를 밖으로 쏟아냈어요. 똥이는 자신의 두 손으로 몸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어요. 똥이는 겉은 둥그렇고, 안은 비어있는 그릇이 되었어요. 마음이 급한 똥이는 자신을 매끄럽게 만들지 못했어요.
바깥쪽은 울퉁불퉁, 안쪽도 울퉁불퉁했어요. 똥이는 손으로 느껴지는 거친 느낌이 싫지 않았어요. 안쪽에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자, 똥이는 자신 안에 남아 있는 모든 물기를 밖으로 내보냈고, 더 단단해졌어요.
똥이는 바위틈으로 달려가서 자신의 머리 위로 물을 받아 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기 위해서 조심조심 걸었어요. 내리쬐는 햇살이 뜨거웠지만, 자신 안에 담긴 물 덕분에 금방 시원해졌어요.
“토끼야, 입을 벌려봐.”
힘없는 토끼는 간신히 입을 열었어요. 살짝 벌린 토끼의 입 틈새로 똥이는 방금 떠온 물을 흘려 넣어주었어요. 자신 안에 담긴 물이 바닥나자, 똥이는 자신의 작은 몸으로 여러 번 토끼에게 물을 떠다 주었어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토끼는 눈을 떴어요. 기운을 차린 토끼는 똥이가 어떻게 물을 가져다주었는지, 왜 흙덩이 마을을 떠나게 되었는지를 듣게 되었어요.
“똥이야, 미안해. 나 때문에 울퉁불퉁한 그릇이 되게 해서 미안해.”
“아니야, 토끼야. 나는 내가 그릇이 되고 싶어서 그릇이 된 거야. 울퉁불퉁해도 내 안에 물도 담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담을 수 있어.”
토끼는 여러 번 똥이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친구가 기다리는 곳으로 깡충 뛰어갔어요. 똥이는 바위틈에서 흘러나온 물이 작게 고인 웅덩이로 가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어요. 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물을 흔들었어요. 똥이의 모습은 한 층 더 울퉁불퉁해졌어요.
똥이는 자신의 변한 모습이 싫지 않았어요.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자신의 모습이었거든요. 똥이는 자신을 보면 놀랄 친구들을 생각하며, 흙덩이 마을을 향해서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