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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주 Jul 15. 2022

두려울 때는 밥을 먹자1 (-작년에 쓴 글)

또 다시 두려움이 엄습한다. 요즘 나는 돈만큼 세상을 두렵게 만드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로 나는 여행 가이드 일을 못 하게 되며 수입이 아예 사라졌다. 어떻게 프라하에서 월세를 감당하며 살 수 있을 지, 그게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나는 수많은 걱정을 하며 한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꽤 많이 했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은 둘째 치고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며 한국어 수업을 조그맣게 시작했다. 광고 사이트에 게시글을 올리고 수업을 시작한 지 이제 반 년 정도가 흘렀나. 9월에 첫 수업을 했으니 정확히 육개월이 지났다. 육개월 사이 나는 학생이 한 명에서 시작하여 열네명 정도가 되었고 어학원에서 시간 강사로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어학원에서 맡은 반도 꽤 된다. 이렇게 내가 지나온 날들을 쭉 보면 스스로가 대견해서 두려움이 잠시 사라진다. 과거에 내가 했으니 미래의 나를 믿어보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오늘은 그런 마음이 또 잠시 사그라들었다. 나에게 수업을 받던 학생이 다음 텀부터 수업을 그만 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학생은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받던 학생이라서, 또한 전부터 이런 저런 컴플레인이 있던 학생이라서 내가 심리적으로 압박이 많이 가기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을 그만 둔다고 하니 이게 과연 선생님으로서 나의 자질이 부족해서인지 내가 준비한 수업이 너무 맞지 않아서인지 수많가지 경우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팁투어를 하면서 내 투어를 듣다가 떠나간 손님들이 생길 때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때 단련이 되어서인지 이것이 백프로 나의 잘못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나를 향한 자책을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하지만 역시나 나를 더 두렵게 하는 것은 학생이 그만 두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결정을 내림으로써 내게 생기는 경제적인 영향이었다.


안 그래도 생활비며 월세며 세금이며 딱 떨어지게 지출을 하고 있는 마당에 이 학생까지 이번 텀을 마지막으로 수업을 그만 둔다고 하면...내 생활은 더 팍팍해질 것이 보였다. 게다가 5월 말에 학원에서 수업이 끝나면 다음 수업을 열 때 까지 최소 이주 간은 쉬어야 할테고 그때 동안 재정적으로 좀 안정이 되려면 뭐라도 수입이 더 넉넉하게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막막했다.


어떻게 해서든 4월달 말까지는 지금 버는 것보다 더 넉넉히 수입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니 마음이 또 다시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유튜브를 계획하긴 했지만 빨리 영상을 찍어서 뭐가 되든지 간에 일단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이다.


나는 너무 두려워서 우선 배를 든든히 채웠다. 오늘은 라면을 두 개나 먹었는데 내일은 제대로 장을 봐서 밥을 잘 차려먹고 집도 깨끗하게 치우고 나에게 최고로 잘 할 수 있는 시간과 끼니를 대접해야겠다. 나를 건강하게 잘 먹여 살릴 수 있고 나를 책임질 수 있는 그리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나이니, 나를 열심히 보살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두려운 와중에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으로 나는 무엇이든 잘 될 수 있을 거라는 '뭐든 된다' 라는 긍정적인 기운이 또 느껴지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이런 기운이 돌면 꼭 뭐든 되긴 됐다. 이런 기운이 돌았을 때 나는 팁투어 팀에 합격했고 과외를 따왔고(?) 어학원에 합격했다. 또 다시 '된다'라는 기분이 드는데...유튜브를 빨리 어떻게 해서든 해야겠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된다는 생각으로 시도해야겠다.


내일은 영상을 찍어야지.


배를 채우고 목욕을 하고 글을 쓰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서일지도 모르겠다. 우선 오늘은 걱정은 이 정도로 접어두고 또 할일을 마무리하고 내일을 위해 푹 쉬자.


2021. 0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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