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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Chun Feb 23. 2022

미국 Goodwill 쇼핑에서 보물찾기

미국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작은 즐거움 중 하나는 쇼핑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굳이 명품 스토어에 가서 쇼핑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명품 스토어가 아니어도 싸고 좋은 가격에 명품을 살 수 있는 아웃렛 몰이 많고, Ross, TJmax와 같은 할인 매장들이 있어 나름 가성비  높은 물건들을 구할 수 있는 쇼핑의 즐거움이 생활 속에서 있다.


우리 부부가 미국에 정착한 지 5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일주에 한 번은 가는 쇼핑센터가 있다. 중고마켓 굳윌이 그곳이다. 기증받은 물건을 팔기 때문에 저렴해서 10불만 있어도 쇼핑의 재미가 있다.  쇼핑이라고 하기보다는 보물찾기 놀이를 한다는 말이 우리 부부에게는 더 적합할지 모르겠다. 주로 화요일에 가는데 화요일은 시니어 디스카운트가 있다.  


의류, 주방용품, 가구를 비롯해 전자제품, 스포츠용품까지 어찌 보면 잘 정돈된 만물상 같은 곳이다. 더구나 오래된 앤틱들이 눈길을 끄는데 우리의 조부모 세대에서나 사용했을 법한 장신구와 그릇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대를 거슬러 여행하는 느낌이 들어서 쇼핑의 흥미를 더한다. 물론 앤틱은 안목이 있어야 보이는 것들이다.


아내와 나는 쇼핑의 전문분야가 잘 구분되어 있다. 아내의 전문분야는 생활용품이고 나는 전자제품과 스포츠용품이다.


한 번은 굳윌 쇼핑을 마치고는 아내가 흥분해서 환호성을 올렸다. "rogers bros silver 1847 xs triple"이라고 표시된 나이프, 포크, 스푼 등 미국식 정찬에 사용하는 식기류 풀세트를 사 와서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어느 앤틱 사이트에 메인으로 올라와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최근 골프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어 앤틱 골프클럽에 관심이 많다. 물론 요즘 나오는 골프클럽은 성능이 크게 향상되어 치기도 편하지만 관용성도 매우 높다. 하지만 퍼터의 경우 1900년대 초, 중반에 만들어진 것들을 굳윌에서 가끔씩 만나는데 이 빈티지 퍼터들은 요즘 클럽에서 느낄 수 없는 야릇한 손맛이 있다.


 얼마간 이런저런 퍼터를 사모으다 보니 집에는 앤틱 퍼터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퍼터 하나에 1.99달러를 주고 사 와서 라운드를 할 때마다 색다른 손맛을 느끼는 것도 큰 기쁨이다. 운 좋으면 1.99달러에 산 퍼터가 이베이에서 150불에 팔리는 것들을 만나기도 한다. 


어제는 Medicus라는 골프 스윙 훈련용 아연을 1.99에 사 왔다. 가끔씩 광고에 나오는 것을 보고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물건인데 클럽 헤드의 비닐포장이 그대로인 새것이다. 지금도 여러 사이트에서 100불에 팔고 있는 제품이다.


물론 매일 이런 행운을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내게 Goodwill은 보물찾기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딱히 무엇을 사지 않아도 굳윌에 가서 전시된 물건들을 보면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어 좋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잘 차려입은 노인네들이 화요일이면 굳윌에 모이는 모습이 참 재미있기도 하다. 더불어 화요일이 되면 나도 그들과 함께 신나는 보물 찾기 놀이를 한다. 


물론 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 용도가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놈들은 모아 두었다가 한 번씩 굳윌에 기부하기도 한다. 내게는 필요가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물건들이다. 또한 지금까지 공해 물질을 발생시키며 생산해 놓은 인간세상의 물건을 재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지구 환경을 지키는 작은 실천을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는 장소이다.


기부의 문화가 잘 정착된 미국에서 굳윌은 사회적 약자에게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퇴직한 사람들의 봉사 장소로서도 그 역할을 하고 있어 일단 겉보기에는 잘 정착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굳윌 운영자에 대한 안 좋은 평도 있기는 하지만..


오래전, 캐나다의 굳윌과 같은 중고 마켓에서 화포 위에 물감을 떨어트리는 액션 페인팅 기법으로 유명한 미국 추상화가 잭슨 폴락(Paul Jackson Pollock)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그림을 단돈 5달러에 구매한 테리 호튼(Teri Horton)  할머니의 행운이 내게도 닥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참고로 이 그림의 가격은 당시 2500만 달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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